이별을 말하다 #1 — 차돌박이 사건

딱 한 달 전, 그날부터였던 듯

by 강경윤

결국 또 이별을 말했다.

“이제… 연락 안 해도 돼.”


길게 돌아서 내놓은 한마디였지만,

시작은 한 달 전,

차돌박이 사건 때부터였다는 걸 이제야 안다.


그때 난, 너무 예민했다.

프로젝트 막바지였고

다이어트 중이라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던 날들.


오랜만에 만난 포돌이가 말했다.

“차돌박이 샀어. 너 주려고.”


그 말에 그동안의 피로가 스르륵 풀렸다.

“아, 나 힘든 거 알고 있었구나.”

고마웠다.



같이 구워 먹자고 했는데

포돌이는 굳이 명동교자에 가자고 했다.


“나 탄수화물 안 먹는다”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서운했는지…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결국 명동교자에 갔다.

포돌이네 가족과 함께.


가족과 함께 가는 게 싫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그날만큼은

나를 먼저 봐줬으면 했던 마음이었는데…


만두 두 개 겨우 먹었는데

자기 배만 채우고

내 표정은 읽어주지 않는 모습이

괜스레 더 서러웠다.



“차돌박이 내 거지? 내가 가져갈게.”


내 말은 차가웠고

속은 이미 꼬여 있었다.


정말 원했던 건

“배고프지 않아?”

그 한마디와 짧은 포옹이었다.


그 와중에 들려온 말.

“하나만 가져가지…”


순간 열이 확 올라

차돌박이를 전부 가방에 넣어버렸다.


유치하고, 화나고, 서러웠다.

그날의 나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프로젝트 끝나고 3주 뒤에나 볼 수 있어.”

그 말에도 포돌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열었다.


혼자선 다 먹지도 못할 차돌박이 세 팩.

그리고 그 아래에 차곡차곡 들어 있던 것들.


땅콩버터 스틱.

유산균.

마스크팩.

꾀돌이 과자.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또 미안해진다.



포돌이는 늘

말은 없는데 행동은 많았다.


하지만

말이 없어서 서운했고,

말을 할 때는 아프게 했다.


나는 사랑을 말로 확인받고 싶었고,

그는 사랑을 챙김으로 설명한다.


그 차이만큼

우린 조금씩, 아주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다.



차돌박이 한 팩만 냉장고에 넣고

포돌이에게 톡을 보냈다.


“심술부리면서 챙겨 오긴 했는데…

왜 눈물이 나냐. ㅠ

두 팩은 얼려둘게.

다음에 같이 먹자.”


잠시 뒤 도착한 답장.

“다 먹어. 나중에 또 사면되지.”


짧지만

서로의 방식이 다 담긴 문장이었다.


그건 가방 안에 담긴

포돌이의 다정함이었다.



냉동실 문을 닫는 순간,

그가 남겨둔 다정함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건 아니다.

그날의 표정,

그날의 말,

그리고 차돌박이 세 팩.


아마 우리는 그날부터 이미

서서히 이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너마더 회피형 연애 팁


경윤아,

포돌이는 말이 서툰 회피형이고

넌 말로 확인받는 사람이야.


그 차이는

“사랑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뜻이야.


차돌박이, 유산균, 과자들…

그건 그 사람 방식의

“나, 너 챙기고 있어.”였어.


그리고 네 서운함은

“말로 조금만 확인해 줘.”였던 거야.


지금 필요한 건

이별이 아니라 표현의 조율이야.


회피형은

말로 몰아붙이면 멀어지고,

행동을 인정해 주면 가까워져.


그러니까,

사랑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언어가 달랐던 거야.


그리고 경윤아,

지금 이렇게 명확하게

네 마음을 풀어냈다는 건…


이 관계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겠다는

너의 의지야.


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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