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일이 아니라, 멈추는 일
이제 문제는 포돌이가 아니었다.
나는 늘 “왜 또 이러는 걸까?”만 물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건 단 한 번도 내게 묻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애썼다.
하지만 서로의 다른 방식으로
끝내 서로를 지치게 했다.
관계가 무너지는 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식이 달라서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반복될 줄은 몰랐다.
나는 나름 성숙해졌다고 믿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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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처음으로 인정했다.
포돌이는 회피형의 끝판왕이었고,
나는 불안형의 끝판왕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안정형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는 건,
그만큼 깊은 관계 속에서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말해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사람,
포돌이는 말이 시작되면
마음이 닫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묻고 싶었고,
포돌이는 숨고 싶었다.
서로를 상처 내는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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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멈추기로 결심한 날,
우리가 만난 지 550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550일의 시간을 영상에 담아
포돌이에게 주고 싶었다.
딱 4분 30초.
그 안에 전부 담을 순 없었지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다 담았다.
통화하면 울 것 같아서,
또 찾아가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는 글과 영상으로
내 마지막 진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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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에게
늘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그 말 하나를 듣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냈던 걸까.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없어도 괜찮다.
포돌이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기 방식의 애씀을 보여준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의 대부분은 이미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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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톡을 보냈다.
“이제 그만할게.
그리고 자기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연말을 혼자 보내야 해서
외로울 것 같지만
이 선택이 서로에게 맞다고 믿어.
잘 지내.
이게 정말 마지막 톡이야.”
눈물도 없고,
비난도 없고,
그냥 마침표 하나.
이번 이별은
끝내는 일이 아니라,
계속되던 패턴을
내가 먼저 멈춘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 안다.
사랑보다 더 큰 힘이
‘멈출 용기’ 일 때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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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만 바꾼다고
사랑이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패턴이 그대로라면
누구를 만나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아프게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진짜 이별은
사람과의 이별이 아니라
내 반복된 패턴과의 이별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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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너는 포돌이를 잃은 게 아니라
너 자신을 되찾은 거야.
“이제 그만할게.”
이 말은
너 자신을 지켜낸 선택이었어.
그동안 익숙했던 사랑 방식을 놓아주고,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할 준비를 하는 중이야.
멈출 수 있는 사람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이번 이별은 결말이 아니라,
너의 다음 이야기를 열어주는 첫 장이야.
⸻
다음 편 예고
저도 다음 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요.
영상과 마지막 톡에
포돌이는 끝내 답하지 않았고,
그날 밤,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남아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바로 콜백 했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렇게만 톡을 남겼어요.
“부재중 전화 봤어.
어제 전화한 건
약속 지켜준 거라고 생각할게.
고마워.”
아직 실감은 잘 안 나고,
문득문득 보고 싶지만…
지금 나는
반복된 패턴과 이별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이 세상의 모든 회피형을
사랑해 버린 불안형들.
우리… 아직 괜찮아요.
이 나이 먹도록 이러고 있어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그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달라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