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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Nov 27. 2023

집  2화- 내 자산의 주춧돌

첫 아파트 분양을 받다.

     

 마침 도시에 사는 동생이 근처 아파트를 분양한다며 청약을 한다고 했다. 위치는 어딘지 학교는 다닐 만 한 거리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다. 내 집도 신청해 달라고 했다. 동생이 한다니 그냥 맡겼다.      

동생은 자타공인 브레인이다. 명문여고 전교 1등 대학 교대 수석 입학자다. 신학대학 졸업자와 결혼했다. 날마다 성경을 읽고 연구한다. 퇴근 후 연세 어학당에 다니며 일본어 공부를 해 서적을 번역한다. 돈은 일만 악의 뿌리며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 귀 통과보다 어렵다. 부자 집 담밑에 살던 거지 나사로는 죽어 천국에 갔고 부자는 죽어 지옥불에 떨어져 천국에서 내려다 보는 나사로에게 제발 물한방울만 떨어뜨려 달라고 애걸한다. 성경은 부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너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던 동생이 분양 신청해 준 집은 역세권도 아닌 초품아도 아닌 변두리 집이었지만 내 자산의 주춧돌이 되었다.  

   

정겨운 이천을 떠나기로 했다.

내신을 내고 도시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 아파트에서 살던 분은 우리가 발령이나 부득이 이사를 해야하는데 집을 비워줄 수 있냐고 물으니 선선히 응해 주었다. 내가 부탁하는 처지라 전세금을 곧장 돌려 주었다. 고마웠다. 동생네와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동에서 살았다. 타시군 전보는 기존 관내 내신자보다 뒷 순서로 학교를 배정 받는다.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 받았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차를 사 등하교를 같이 했다. 아이들은 수업 끝나면 학원을 돌며 시간을 채우고 나를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갔다. 무용 학원을 다니던 둘째는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다 내릴 곳을 놓쳐 종점까지 가기도 했다. 종점 차고지에서 울고 있던 딸을 다행히 학교 동료 선생님이 발견했다. 운전사에게 아이 내릴 곳을 알려줘 무사히 돌아온 적도 있다. 초등 3학년 때였다. 아이를 잃을 뻔했다. 사는게 기적이라는 말 맞는 말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간난 아이때부터 남의 손에 맡겨져 병치레가 잦았다. 여름에 쭈쭈바 하나를 다 먹기도 전에 콧물이 주루룩 흘러 내린다. 체력이 약해 건강해지라고 운동 삼아 무용 학원을 보냈다. 아이도 좋아했다. 

     

나중 과천집을 사주며 말했다. 부모 없이 자란 것처럼 엄마의 보살핌을 못 받고 자란 니들 고생 값이라고 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던 빌라보다도 벽에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학교 관사보다도 반듯한 새 아파트는 좋았다. 겨울에 춥지 않아 내복만 입고 지냈다. 이 아파트는 이천 팔백만원에 분양 받았다. 그중 칠백만원은 주택 공사에서 장기저리 융자를 해주었다. 아파트 청약 당첨자 모두에게 융자를 해주었다. 융자금은 팔 때 다음 집 주인에게 승계가 된다. 지금은 대출 승계는 안된다. 이 아파트는 역세권도 아니고 초품아는 더더욱 아닌곳이었다. 전철역까지 왕래하는 아파트 전용 버스가 운행하다 적자로 중단되었다. 전두환 정부 시절 한바탕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이때 복부인이 등장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나니 고등학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고 싶기도 해 동창 모임에 갔다. 시종일관 부동산 이야기뿐이었다. 과천에 육백만원 주고 분양받은 주공아파트를 5억에 팔고 상암동에 다시 분양받아 10억이 되었다는 전업 주부 친구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별천지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무얼 했나. 푼돈 번다고 지지리 고생만 했구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노태우 정부들어 천정부지 치솟은 부동산 광풍에 대한 대책으로 신도시 건설과 주택 100만호 공급이 발표되었다. 신도시 주택 공급에 따른 아파트를 청약하고 당첨되었다.      

기존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 이천팔백만원에 산 아파트는 팔천오백만원에 팔았다.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서 시세를 정해 팔아주었다. 동학년 친하게 지내던 전교조 권선생님은 세상에 이런일이 있어선 안된다며 집은 사는 곳이지 돈 버는 대상은 아니다며 한탄을 했다. 그 선생님은 신혼이었고 비 오면 물이 들어차 퍼내야하는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아기를 낳고 주택 1층으로 옮겼다. 해가 비치는 방에서 사는걸 행복해 했다. 밝은 성격에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다. 남편은 서울대 학부 출신의 박사였고 대학 교수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임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듯반듯한 도로와 곳곳에 있는 공원과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깨끗한 학교로 신도시는 쾌적했다. 백화점, 대형 마트, 시청, 있을거 다 있어 편리했다. 집 가까운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도보 거리다. 학교도 신설 학교다. 개교 원년 멤버로 좋은 전통을 세우자며 모두들 돈독하게 지냈다. 신도시는 상업지구 아파트 단독주택지 분양을 했다. 상업지에 땅을 사고 싶었다. 맨 먼저 아파트들이 입주 완료 되고 단독주택지와 상업지는 늦게 형성되었다. 지나가며 늘 보던 상업지구 땅이 욕심났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세 살며 목돈을 마련해 그 땅을 사고 싶었다.     

“돈이 있어야지.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지.” 남편의 단골 멘트가 이어지고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마.”     

시작도 전에 안된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가슴이 꽉 막히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경제적인 가치도 맞아야 부창부수가 이뤄진다.    


직장일에 사춘기 아이들과 기싸움에 요구 많은 시댁에 시달려 땅을 살 여력이 없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 주택을 샀다. 노후에 월세 받을 요량이었다. 1층 가게가 있는 2층 집으로 버스가 다니는 길에 있었다. 가게 아저씨는 월세도 꼬박꼬박 잘 주고 가게도 깨끗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2층에 살던 세입자였다. 전대를 주어 계약자와 실제 거주자가 다르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수리해 달라는 전갈이 잦았다. 겨울이 되기 전 수도가 얼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남편은 관심이 없다. 사회생활을 방해하지 말라며 술 친구들과 노느라 일년 열두달 내내 바쁜 사람이었다. 수도 계량기가 얼어 터지고 말았다. 그놈의 사회생활 너만 하냐 나도 하고 있다. 그딴 술친구 아녀도 좋은 친구 많다. 남자들이 모여 술 마시고 밤 늦도록 노는데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궁금해 물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세계 평화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로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워 시간에 쫒기며 허덕이는 워킹 맘은 화날 수밖에 없다.      


상가 주택을 팔기로 마음 먹었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 1층 가게 아저씨가 방해를 합니다. 흠을 잡고 가게 내부를 못보게 하고 있어요.     

장사 하실 분이 사고 싶어하는데 집을 볼 수가 없어요.”     

1층 가게 아저씨는 그 집이 팔리면 가게를 비워 줘야 하는게 걱정이었다. 그 집을 사라고 말했더니 즉각 답이 돌아왔다. 사겠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가격에 달라. 손해보고 팔았다. 미련없이 팔았다. 손절인셈이다.      

다시 아파트를 샀다. 신도시의 가장 좋은 동네 전망 좋고 인기있는 아파트를 샀다.      


집을 언제 살까요? 언제 팔까요? 보통 싸게 사고 비싸게 팔때를 잰다. 부동산의 상승기인지 하락기인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고 팔았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사고 팔았다. 요즘 자주 가는 인터넷 부동산 카페를 통해 이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부동산 중개소를 들려 추이를 알아보면 더 좋다는 걸 알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를 낼 수 없었다. 몸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잠이 부족해 잠을 실컷 자보는게 소원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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