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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Nov 27. 2023

집 1화-첫집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말 수가 없다는 평을 받는 엄마가 딸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집 이야기다. 근무지 이동으로 이사를 많이 다녔다. 집을 사고 팔던 경험담이자 티끌 모아 집의 초석을 다진 이야기다.     




모교 초등학교 근무 중 결혼을 했다. 남편도 나도 무일푼이었다. 결혼 전 번 돈은 다달이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드렸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시골 논만 해도 50 마지기가 넘는 집이었지만 형님네가 모두 소유하고 밑 빠진 독을 가져왔다. 고등학교 1학년인 시동생의 학비와 시어머니 생활비를 줘야한다고 했다. 가난한 형편에서 어렵게 공부했던 나는 시동생 공부하는 돈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친정에서 살았다. 첫 아이를 낳고 옆집으로 이사했다. 겨우 밥 해 먹을 도구만 샀다. 남편은 내게 티비도 안 사왔다는 말을 했다. 어불성설이다. 시골 방하나에서 세 살고 있었다. 지금 그 말을 할 처지는 아니라고 맞대응했다.      


결혼하며 처음으로 적금을 들었다. 만기가 다가오자 시어머니가 오셨다. 나 모르게 둘이서 약속을 하고 적금을 반을 잘라 가져갔다. 70이 넘은 지금도 그 돈이 아깝다. 단 벌 옷에 운동화 한 켤레로 일 년을 나다싶은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이었다. 먹거리는 친정 밭에서 나는 푸성귀 위주로 먹고 살았다. 남편은 결혼했지만 자기 가족은 변함없는 부모 형제였다. 효자와는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실감하며 살았다. 70이 넘은 지금도 형수와 누님 동생들을 걱정한다.     


기교 만기가 되어 읍내 학교로 전보 내신을 냈다. 시골은 집 구하기가 힘들다. 거주할 집만 소유하지 다주택자들이 드물었다.     


오거리 복덕방 할아버지를 통해 집을 샀다. 집 매수자가 계약을 했다가 취소한 집이라며 집 주인이 받은 계약금만큼 싸게 팔았다. 천백만원에 샀다. 당시는 전국의 집값이 지금처럼 편차가 심하지 않았다. 앵두나무에 주렁주렁 앵두가 열리고 아이들이 세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마당과 꽃밭이 있었다. 개도 길렀다. 집의 입지에 대해서 무지했던 우리는 긴 골목 내에 자리한 집을 구입했다. 대학 동기 친구가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 그도 집을 산 후 집은 대로변에 있어야 돈이 된다는걸 알았다며 다음에 집 살 때는 골목 내의 집은 사지 말자고 했다. 생애 첫 내 집이었다. 근무지와 가까웠다. 


아침 출근 때면 골목길을 다 빠져 나올 때 까지 울부짖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던 아픈 추억의 집이다.  


첫 집 마당


정겨운곳 경기도 이천


고향 읍내 학교에서도 만기가 되었다. 그 해 교대가 2년에서 4년으로 학제 개편이 되었다. 졸업생이 없어 전국적으로 교사들의 대 이동이 발생했다. 타시도 내신을 내고 경기도로 왔다. 시골 읍내에 샀던 첫 집을 팔았다. 사촌 언니가 지인을 데리고 와 산 가격에 팔았다. 부동산이 돈을 벌어다 준다는 개념은 아예 없었다.   

남편 직장과 내 근무지가 같은 이천으로 발령이 났다. 이곳에서 집을 얻는데 힘들었다. 세를 놓는 집이 귀했다. 이천은 토박이들 사이에서 사는 나 같은 뜨내기들이 상당했다. 급한 대로 토박이 선생님이 소개해준 집에서 방 두칸을 얻어 살다가 남편이 근무하는 시내 이천고등학교 동료를 통해 빌라를 구했다. 달라는대로 주고 전세로 들어갔다. 연탄 보일러였다. 이 집으로 이사 간 날 호기심 많은 둘째가 말했다.     

“엄마. 달이 우리 따라 왔어요.”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었다. 


언젠가는 또 내신을 내고 이천을 뜬다는 것은 자명하다. 2년이 지나자 모두 들 전보 내신을 성남시로 냈다. 왜 다들 성남시로 가느냐고 물으니 강남이 가깝기 때문이란다. 강남이 이렇게나 살고 싶어 하는 곳인줄 몰랐다. 나는 서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장학금 수령겸 야유회 초청이 있어 서울 왔다가 돌아가는 서울역에서 사기를 당해 알거지 신세가 된 적이 있다. 서울은 눈뜨고 코 베가는 험악한 곳이었다. 서울살이는 아예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라는 말을 무시했다. 쓰다보니 이사를 벌써 많이 다녔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교장 선생님이 살던 학교 관사가 비어 우리가 이사를 했다. 새 교장 선생님은 댁에서 출퇴근을 하셨다. 이 교장 선생님은 내 교직 생활 중 가장 좋은 관리자 분이셨다. 짜장면을 시켜 드시면 교장실로 우리 아이들을 불러 같이 드셨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이 없이 곧고 인자하셨다. 선생님들과 함께 교무실에서 이야기 하는걸 좋아하셨다. 음식점을 하시던 사모님은 맛있는 음식을 바리바리 학교로 가져 와 우리 선생님들을 대접해주셨다.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뵙고 싶은 분이다. 


이천은 토박이 부자들이 은근 많이 살고 있었다. 근무했던 학교는 시골이었다. 학부모들도 우호적으로 학교에 진심이었고 아이들도 순하고 정이 있었다. 초임지가 아닌데도 초임지 아이들보다 더 한 그리움이 있는 곳이다. 귀엽고 똘망똘망하던 아이들이 보고 싶다. 학교폭력 왕따 그런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이 학교를 떠나 온 후 애들과 함께 찾아 간적도 있다. 여긴 온천이 유명하다. 주말이면 애들과 온천 목욕탕을 다녔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로 손님들을 태우고 오던 미란다 호텔의 온천이 있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벌판이 눈이 부셨다. 여주 신륵사도 가까워 자주 갔다. 이천 쌀도 유명하다. 다시 돌아가 살고 싶은 곳이다. 이천고등학교와 양정학교는 나름 지방의 명문으로 불러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곳에서 좀더 오래 살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신을 내고

읍내 살던 빌라 주인에게 이사 나간다고 했더니 아직 만기가 안 차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계약서상 2년이 안되었다. 만기 날에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사 나왔다. 빌라 집 주인은 우리가 나오자 입주를 했다.      


만기 날까지 기다렸다가 전세금을 돌려 받았다. 


여주 신륵사의 남한강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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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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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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