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오뎅국

by 래미

“또 오뎅국이네.”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 냄비엔

역시나 노란 오뎅들이 둥둥 떠다닌다.

며칠째일까.

미끄덩한 식감에 속이 벌써부터 니글거린다.


요리조리 벌컥벌컥.

냉장고 문도, 찬장 문도 열어보지만

라면 몇 개 말곤 딱히 대안이 없다.

이럴 땐 역시, 비상 메뉴.

오빠와 나는 동시에 움직였다.

나는 마가린, 오빠는 간장을 집어 들고

마법처럼 밥 위에 계란을 톡.

버터와 간장이 스르르 퍼지면

레스토랑 부럽지않은 우리만의 특별식.


“오뎅국도 좀 끓일까?

밥엔 역시 국물이 필수니까.“

외면했던 오뎅국, 다시 보니 금세 군침이 돈다.

버터의 느끼함을 단번에 씻어주는

오뎅국의 칼칼한 국물맛.


그땐 지겨웠지만

가끔 그 오뎅국이 그립다.

엄마의 초록색 병과 늘 함께였던

진한 육수의 그 냄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 국 속에는

엄마의 피곤함도,

애쓴 하루도

말 없이 담겨 있었겠지.


이제야 문득 알 것 같다.

그 오뎅국은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엄마의 쉼이자

남매를 위한 정겨운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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