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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Dec 25. 2023

책들의 시간 65. 운동의 참맛

# 삶의 권태를 설렘으로 바꾸는 운동의 참맛_박민진 지음_알에이치코리아

 다시 운동 책, 나의 취향이 하나하나 쌓이는 기분이다. 운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걷기는 좋아하고, 운동 관련 책에 손길이 가는 것. 이번에 선택한 책은 ‘운동의 참맛’. 운동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그런 성격 앞에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기분으로 선택한 책이다. 술술 잘 읽히는 책.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다. 읽으면서도 다듬어진 어떤 글보다 날 것의, 생각이 그대로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어떤 글, 그런 날 것의 글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10회 브런치 수상작이었다. 역시, 브런치에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책은 20대 초반에 헬스의 세계에 입문한 어떤 젊은이의 운동 관련 기록이다. 그렇다고 무슨 무슨 운동에 대한 설명 책은 아니다. 사실 헬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걷는 것 말고, 다른 근력 운동. 운동의 필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선뜻 못 하는 것의 '팔 할'은 게으름이고, '이 할'은 편견 때문이다. 예전에 운동을 과하게 하는 선생님을 본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달리기에 빠져 있으셨고, 업무는 과중했지만 퇴근 후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하셨다. 얼마 후 그 선생님은 대상포진에 걸리셨고, 머리에 오백 원 동전만 한 탈모가 생겼으며,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셨다. 그걸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 후 혼자서 하고 다녔던 말이 ‘운동하다가 병난다’ 였으니. 

  그럼에도 나는 다행히 여전히 걷는 걸 좋아해서, 이 정도의 걷기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어떤 선생님들께서는 걷는 건 운동이 아니라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걷기는 유산소 운동이라,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수준에서의 근력운동이란, 스쾃 정도여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운동의 참맛을 발견하여 나도 새해에는 근력운동을 해 보고 싶다는 작은 마음을 가지고.      


1. 어쩌다 루틴. 


  누군가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글쓰기와 헬스라고 답할 것이다. 내게 글쓰기가 ‘관념’의 세계라면, 헬스는 중세 기사의 마상시합처럼 승패가 명백히 드러나는 ‘구상’의 세계다. 드느냐, 혹은 못 드느냐, 가령 오늘 100킬로그램 바벨을 8회씩 6회 들었는데, 간단한 산수로 내가 들어낸 중량을 수치화할 수 있다.(그래서 난 글을 쓰다 허공에 아웃복싱하는 기분에 시달릴 때면 헬스장으로 간다). [중략]

  이번 주에도 지난주처럼 등 운동을 무사히 마쳤다. 울퉁불퉁 올록볼록한 헬스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조바심을 느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메모장을 열어 내일의 운동 계획을 적었다. 내일은 하체를 단련할 생각이다. 주중 가장 힘들다는 수요일, 까딱 잘못하다가는 지쳐 나자빠지기 마련이니 각오를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다짐하듯 굵고 큰 폰트로 바꿔 적었다. “하체는 무조건 힘들게, 곡소리 나게!”(51쪽)


  작가는 루틴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 가운데 운동이 있다. 운동의 시작은 직장 선배의 헬스장 권유였고, 이십 대의 젊은 직장인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고, 건강한 몸보다는 보기 좋은 몸에 대한 열망이 강했으며,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 열망들이 모여 그는 그만의 운동 루틴을 만들었으며, 실천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당위를 부여하느라 지쳐버린 내 등판을 후려치는 영화였다. ‘아, 세상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도 행동을 멈추지 않는 행동주의자가 바꾸는구나.’ 나는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때는 우선 헬스장에 가서 생각한다. 쇳덩이를 들어 올리다 보면 이유 없이 운동이 좋아진다. 내 주변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별 이유 없이 그냥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여러 이유를 갖다 붙일 순 있겠지만 이유에 잠식당하지 않는 자가 진정한 헬스인이다. (198쪽)


  좋아하는 것의 이유를 댈 수 없을 때가 나는 많다.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도 이제는 많은 것을 안다. 무엇을 좋아하든 명확하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엔 많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것의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채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작가가 운동을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걷는 것이 그리 좋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도 좋고. 

  책을 읽으면서 익숙하고 변하지 않는 일상적인 활동, 즉 루틴을 나는 참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운동을 하면서 기록하고, 루틴을 만들어간 것처럼 나도 루틴을 만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의 발현. 어쩌다 루틴!


  새해를 앞두고, 새해가 전혀 새롭지 않은 그냥 12월 31일의 다음날이지만, 그렇지만 새해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뿜뿜 하는 연말이기에, ‘어쩌다 루틴’의 마음으로 근력운동을 루틴으로 잡아야겠다. 헬스장을 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 정수기에서 물을 따를 땐 나무 자세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질을 할 때도 스트레칭을, 그리고 하루에 꼭 반드시, 기필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스쾃를 하는 것으로 나의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2. 정리


  주말 동안 오랜만에 몰아서 드라마를 보았다. 물론 회피다. 학기의 마지막은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 도망가고 싶다. 물론 다 해낼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주말까지 일을 가져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놀고 싶어서 드라마를 몰아서 보았다. ‘소년 시대’라는 제목의 드라마. 보면서 ‘기초 체력’에 대하여 생각했다.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기초 체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깨닫게 된다. 예전엔 힘들지 않았던 출근길의 운전 시간이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50분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도 이제는 감정의 흔들림에 버겁기도 하다. 그때 필요한 것이 기초 체력임을 많이, 아주 많이 느낀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내 걷기가 그나마 나를 지탱시켜 주고 있음을,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계속 걸어야 하는 것임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걷기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기로 했다. 배는 나오지만, 허벅지는 가늘어지는 전형적인 비만 앞에, 2024년도에는 무산소운동, 근력운동을 하기로 찬찬히 마음먹는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체력적 한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언제였으며, 무슨 일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어떤 습관적인 행동, 루틴이 있다면 무엇이며, 그 루틴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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