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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3. 2022

왜 아이의 우는 소리나 짜증내는
소리가 듣기 싫을까.

요즘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못된 행동이 있다.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혹은 약간의 큰소리로 날카롭게 이야기하면 바로 맞대응을 하여 

나도 큰소리를 낸다. 그러면 아이는 그런 내모습을 보며 기가 죽어 울먹울먹하고 

나는 "듣기 싫어, 울지말고 이야기해." 라고 한다.


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보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차단하고 막아설까.

아이가 조금이라도 짜증을 낼까봐 기분 맞춰 주며 타이르고, 결국에 꼬라지를 내면 

"화내지마." "그만 좀 해."라며 즉각적으로 방어태세를 보인다.

솔직히 꼴 좀 내면 어떠한가. 아이니까,  맘대로 안되니까 그런가보지, 

표면적인 그대로 짜증이 나나보지.

나는 왜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그  짜증의 화살이 나인것 같아 또 억울해진다.

"왜 너는 엄마에게 짜증만 내는거야."라고 말한 후 기나긴 랩공격을 가한다.

아이는 처음에는 울면서 짜증을 내다가 점차 내 표정, 내 목소리, 내 몸짓에 

훈련되어 금새 그친다.

나는 편해졌다. "울지마, 듣기싫어. 네 방가서 혼자 울어."라고 매섭게 이야기하면  뚝 그친다.


아이는... 아이의 마음은 어떠할까?....

아이는 커서 나와 같은 어린이반어른반(절반의 어른)이 될까?

그 생각만 하면 숨이 턱막힌다. 싫다. 난 지금 어린이반어른반(절반의 어른)인 내가 싫다.

그러면서 아이를 똑같이 키우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양육경험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나서 나를 괴롭힌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고 제대로 공감을 받았던 따뜻한 기억이 없다.

내 생각, 내 일상을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울고 질질 짰을 때 아빠는 듣기 싫다고 버럭했다. 

난 그렇게 커서 내가 느끼는 것은 무슨 감정인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감정은 얼마나 다양한건지, 

왜 내가 화가나는지 등등 깨달을 새가 없었다.

또 불편한 감정이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도 경험해보지 못해서 모른다.

양육환경에서 학습된 결과, 나는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것이고, 하면 안되는 행동으로 받아들였고,

나또한 꼬라지를 내는 나의 모습을 용서할 수 없으며 아이또한 얄짤없다.


줄게 없어서 이런걸 되물림한다고?

절반어른이면서 내가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정당한가?

뭐 좋은거 가르친다고 그렇게 무섭게시리 하지 말라고 하는가? 

정말 부정적인 감정은 감춰야하니까 그게 맞다고 가르치는 건가?

아니다. 난 알고 있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왜 매번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하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후벼파는 것인가.

알면서 그러니 더 나쁘다... 

그러한 행동을 저질러 놓고, 온갖 손가락질과 자책을 하며 나는 오히려 더 깊은 부정적인 감정의

수렁에 빠진다.


뭐하는 짓인가?

나쁜행동인지 알면 안하면 되고, 그렇게 자책할거면서 왜 아이에게 상처되는 행동을 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파악 중이다. 


어제 저녁에도 나는 아이가 나쁜 행동(개인적 피셜)을 하길래 그 모습만 보고 소리쳤다. 

아이의 입장이 있었을텐데 나는 무적파워가면을 쓰고 "아니야, 어떠한 상황에서든 때리는 행동은 안돼."

라고 일방적으로 혼을 냈다.

아이가 억울한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씩씩대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난 또 그모습이 보기 싫어졌다.

"우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다 그치고 이야기해." 그래놓고 아이가 눈물 그치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내가 "엄마 아직 이야기 할 기분 아니니까 다음에 이야기해."라고 일방적으로 대화를 차단했다.

정말 어린이반어른반 아닌가?

정말 간장종지 엄마가 아닌가?


그래도 나는 개미똥꾸멍만큼 변해가는 엄마로서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와 이야기했다.

엄마가 아까 무서웠는지,,, 너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오은영 키즈로서 아이의 감정을 먼저 물어보았다.

순간. 또 입에서 훈화말씀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래. 너가 억울했겠다.. 엄마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걸까? 너 말이 맞아. 엄마가 진짜 그랬어.

너에게 너무 크게 혼냈어. 미안해...." 사과하고 인정했다.

아이는 억울한게 많은지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금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쫑알쫑알 이야기했다.

나는 조금...  듣다가 "이제 그만 자자..."를 몇번이나 속삭이며 겨우 마무리하였다.


육아는 늘 힘들다.

나의 못되고 못난 모습을 아이에게서 보면 나 닮을까 불쑥 불안하고,

아이가 나쁜행동을 하면 잘 가르쳐 보겠다고 아이의 감정은 무시하고 버럭버럭 혼을 낸다.

뭐가 그리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까. 엄마가 되면 내 밑바닥을 보게 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슬프지만 받아들이겠다.

오늘 일 끝나고는 아이의 눈을 꼭 보고 인사하고, 많이 웃어야지. 

버럭하지 말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야지.

늘 하던 레퍼토리 다짐. 오늘도 또한다. 또하고 또하다 보면 나도 어른엄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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