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교양 있는 아줌마
Dec 01. 2022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왜 나는 같이 싸우는 걸까
미스테리하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나는 온화한 엄마로서 감싸주지 못하고,
'그래, 싸우자.'라며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것으로 간주하고 더 큰 목소리로 대꾸한다.
나의 이런 행태가 궁금했다.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채워주다가
더 자주는 아이의 그러한 모습이 용납되지 않고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달라들어 화나게 했다는 구실하에
똑같이 상대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순간에 내가 어떠한 반응을 적절하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의 습성이 튀어나와 버럭 성질을
낼 뿐이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것은 몸이 피곤한 것이거나 불편한 마음 때문인 것이니
모른 척 하고 자연스럽게 대하면 되는 걸까.
그러다 엄마를 만만히 보면 어떡하지.
그러다 버릇 나빠지는 거 아닐까.
그러다 짜증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늘 그렇게 말본새를 하면 어떡하지.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짜증을 왜 내는지 아이의 마음을 보아야 하는데,
내 맘대로 아이의 행동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이후의 일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사고 패턴이 생기는 걸까?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행동의 원인과 그 때의 마음을 살펴주고
헤아려주어야 하는데 왜 나는 행동의 결과만 보고
짜증과 온갖 화를 내는 저 아이의
일그러진 표정과 말투만 귀에 꽂히는 걸까.
'자식은 예의없게 부모한테 화를 내면 안된다'는 비합리적 신념이 발동한 것일까.
내가 어렸을 적 감정 터치를 받은 적이 많지 않아서 대꾸할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걸까.
나에게도 과정은 있었다.
나의 태도가 문제라고 느낀 후 몇 가지의 진전들이 있었다.
아이가 화, 짜증 이러한 감정이 들 때 엄마가 수용을 안 해 주고, 자꾸 '짜증 좀 내지마'라고
말을 하면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못한 감정이고 숨겨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후에는 감정은 수용하되 표현법이 잘 못 되었음을 알려주자.로 바꾸었는데
그것 또한 문제였다.
주저리, 주저리, 말투는 아이와 똑같이 짜증이 한 가득나서 "왜이렇게 짜증이 난거야.
짜증이 나면 엄마한테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로 해야지~"라며 면박을 주었다.
이럴바엔 감정 수용이라도 해줘야겠다. 라고 다짐하고 다음 번 상황에 대비하였다.
하지만 그 때도 마찬가지로 문제였다.
벌써 아니~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나와버렸다.
"아니 ~ 왜~ 짜증이 났어~~~'라며 타박했다.
따스한 눈빛과 포용적인 말투로 "땡땡아, 기분이 안좋아? 무슨 일 있었어?"라고 해야 했다.
텍스쳐는 완벽했는데 아쉬웠다.
다음 번의 또 도전이 다가왔을 때는 의식적으로라도, 인위적이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아니~ 그러니까 이게 왜 이러는 거냐고~~ 엄마가 이렇게 안해줬잖아~~"
아이는 나의 '아니~~' 를 습득하고,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방법 또한 소화하여 나에게 되돌려 주었다.
흠. 그래서 최근에는 그 상황을 모른 척 넘어가는 데 자꾸 비논리적인 불안들이
떠올라 내가 화를 내도록 하는 원인 제공을 한다.
불안이 떠올랐을 때는 그 불안에 휩싸이지 않게 화로 덮어버려야 제맛이지. 하는
악귀가 씌는 것 같다.
새로운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내 습성을 따르도록 하는 악귀 말이다.
포용력. 나에게 부족한 것이다.
그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서 그럴 수 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이다.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 수용과 끌어안음이다.
다른 감정들과 선 긋지 말고 부정적 감정 또한 껴안아야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모델링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나의 역할이다.
엄마가 잔소리로 '화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 '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긍정적, 올바른 반응을 보여주면 알아서 체득할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고쳐야 한다는 말인데 참. 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