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되어갈 때 괜시리 더 감추게 된다.
마음 속으로 억지 상황을 만들어 상상하고,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라고 되뇌인다.
실망하게 되는 상황이 두려워서 기대감을 눌러버린다.
괜히 기분좋은 날은 이유없는 마음의 즐거움을 스톱하여 다운시킨다.
왜 기분이 좋고, 붕뜨고 , 신나면 부정탈 거 같은 느낌이 들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거나 어떠한 상황 전에 기분이 좋아서 나대면
그 다음 상황은 안좋은 일이 펼쳐질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인간적인 호감이 생겼다.
며칠 후 어떠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태도가 나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껴져서
속이 상했던 적이 있다.
'이 사람하고는 좀 더 친해질 수 있을것 같다.', '이 사람은 나와 맞는 것 같아.'라며
온갖 기대를 하고 설렘을 느끼며 이 사람과 짱친이 되어 마음을 터놓는 상상까지 했다.
나의 이 오두방정 떨던 마음이 실망을 하면서 훅 꺾였다.
실망하면 마음이 촥 가라앉으며 공허해진다.
슬픈감정과는 다르게 쎄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며 만사가 다 귀찮아지는 무력감이 느껴진다.
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나는 애썼다.
좀 더 유머러스한 나의 모습을 어필하고, 어느 정도 개인정보도 유출했다.
내가 이만큼 마음을 썼으니 상대방에게 그만큼이나 그만큼보다 더 많은 마음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의 크기와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니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좀 더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내 마음의 크기를 너무 빨리, 많이 보여줘서
삐걱댔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내 마음의 크기와 속도가 달랐는데 나는 일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 놓고 나혼자 실망하고 서운해했다.
그때는 어렸으니 그랬다고 치지만 지금도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실망,, 실망,, 더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다는 이념아래
겉으로 나는 남편을 내려 놓은 쿨한 사람이지만 속을 보면 늘 기대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며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혼자 상처받고, 울컥하고, 삐치고, 합리화하며 온갖 감정의 회오리를 만들어낸다.
내가 원하던 일이 잘 풀려갈 때,
생각지도 않았던 이익을 얻게 되었을 때,
다수의 인정을 받았을 때,
즐거운 일들이 연속될 때, 등등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나중에는 안좋은 일이 바로 생길까봐 겁이 나서
그 순간의 희열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현타가 왔다.
실망하는 것이 두렵고, 나중에 더 큰 안좋은 일이 생길까봐 겁이 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 순간의 기쁨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굳이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까지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망이 두려워서 즐거움을 상상하고 기대하고 설레하는 모든 감정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런 삶 또한 소름이다.
기대했는데 실망할까 미리 두려워 하는 것과 너무 좋아하고 기쁨을 즐기면 나중에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도 다 허상이다.
내 마음속에 둥둥 떠오르는 모든 감정은 다 내것이니까 소중하다.
기쁘면 기쁜거고 슬프면 슬픈거고
기대했는데 실망한거면 내가 너무 오바했나 생각하고 쓰윽 지나치고,
안 좋은 상황이 생겼을 때는 내 인생의 흐름 속에 피치못할 상황이니 헤쳐나갈 맷집을
키우고 괜한 감정탓을 하면 안되겠다.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는 너무 끌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구호 한번 외쳐야겠다.
감정은 감정일뿐~너무 파고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