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내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즉결판결을 내리거나 되도 않는 충고질을 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이야기가 지루할 때는 표정에 티가 나기도 하고, 속으로 내 나름의 저울질을 하기도 한다.
나는 자유분방하다.
어딘가에 어떠한 역할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나에게 책임을 주는 것도 싫어한다.
나는 호불호가 명확하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
집안에서 안쓰는 물건, 안 입는 옷 , 나에게 필요치 않다고 여기는 것은 그때 그때 정리하여 잘 버린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떠한 사건을 통해 상대방에게 찝찝함을 느끼는 순간부터 마음 속에서 정리한다.
나는 지위관계에 상관없이 눈치보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센스있게 내 할말을 잘 하는 것이 나를 표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는 내 태도가 어느 순간 도를 넘어 비난으로 레벨업이 되가는 것을 느꼈다.
할 말을 다 하다보니 안해야 되는 말까지 터진 입으로 나오는 것이다.
또한 내가 말하는 것은 감정이 전혀 섞여 있지 않는 쿨함이고, 개그이며 가벼운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나 혼자 구호를 외쳐놓고, 상대방에게 쏼라쏼라하면서 웃길 바랐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배운다고 나 또한 그랬다.
어떤 아줌마를 만났는데, 이 아줌마는 모든 대화의 흐름을 다 본인이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했다.
"땡땡이 엄마, 어머 땡땡이는 야무지더라구요~~ ."
자녀에 대한 칭찬이었으니 듣기 좋은 시작이었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토크가 이어졌다.
본인 마음대로 자녀들의 교육환경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선생님의 태도에 대한 비난,
나아가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일방적인 편을 들면서 특정 아이들에 대한
비방도 숨기지 않았다.
모여있는 아줌마들 중에는 그 사건과 엮인 아이의 엄마도 있었는 데 말이다.
본인이 여기 모인 다른 아줌마들보다 우월하고 자신의 평가는 합당한 것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내가 좀~ 솔직한 편이에요~~ 그래 보이죠? 호호."
뜨악....................................
본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일침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갈기는 말들이 똥매너로 보였다.
아,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솔직함이 이런 칼날이 될 수도 있구나.
또한 나의 무기는 시원시원한 솔직함이라고 내세우면서 내 생각이 절대적인 것 마냥
거기에 위트까지 더한 나는 정말 우후훗. 거리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구나.
나의 '할말 다하는 솔직한' 태도를 포장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합리화를 한 건 아닐까.
솔직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것,
다른사람과의 관계에서 솔직하다는 것.
자기 기분따라 기분이 업될 때는 신나게, 다운될 때는 다른 사람 마음도 불편하게 땅으로 꺼지면서,
마음대로 감정을 표현하고 나는 쏘 쿨하지~ 솔직하지~ 이러는 것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칼각을 재고 나에게는 어림자를 재는 것 말고,
독설가를 보고 솔직하다고 하지 않듯이
솔직함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막말보다는 주변의 눈치를 좀 챙기는 화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