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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4. 2022

다른이를 의식하는 치졸함에 관하여

나는 복도식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안에 아줌마들과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화장실에서 아이들 혼내키는 소리가 다 들린대~ 어머~화장실문을 잘 닫아야겠네~"

이런 말이 무색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생활 소음들이 복도에 다 들린다.

사생활 보호와는 무관하게 종종 집안에서 아이들 우는 소리와 내 큰소리가 겹쳐지는 날이 있을 때는 그 뒤에

아파트 주민들을 보기 민망하다.

나의 수치스러움이 들킬까봐 다른이를 의식하는 이다.


관계에서도 때때로 나는 다른 이를 의식한다.

내가 열등감을 갖고 있는 부분에서 큰 성과를 가진 사람을 대면하면 그 사람 앞에서 언행을 조심하게 된다.

설사 즐거운 자리를 보내고 왔더라도 내가 너무 오바했나,

그 말은 괜히 했나,

찝찝해하며 다른이들이 나를 푼수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다른이들이 나를 가볍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라며 걱정한다.

다른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보고,

부정적 평가일까봐 안절부절이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나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하다.

나 스스로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이 높으며 과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 잘못된 행동에 꽂혀서 내 마음과 상황을 살피지 않고, 나를 처절하게 우리 안에 넣은 후 괴롭힌다.

상황에 비하 좀 과도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더구나 이 마음을 오래붙들고 있는다.


완벽주의 성향도 있다.

완벽주의라고 하면 모든 행동을 완벽하게 컨드롤 해야하는데,

나는 덜렁거리는 편이고, 내가 해놓은 걸 보면 만족감이 안드는 데 내가 완벽주의라고?의아스러웠는데

늘 열심히 하는 삶의 자세를 보면 그런 것도 같다.

결과에 대한 만족감의 기대수치도 높다.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적용하면서 나의 것은 도통 존중하지 않는다.


외부적으로도 나의 노력과 사회적인 성과에 대해

누군가 잘했다고 해도 나는 칭찬이 쑥쓰럽고,

내 능력보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걱정도 크고,

정말 온전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그 성취감을

크게,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른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기 싫고, 해를 끼치거나 손실을 끼치기가 싫다.

다른사람에게 부탁 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혹시나 일이 틀어져 내가 상대방에게 잘못된 결과를

안겨줄 일이 생긴다면 괴로워서 미칠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고,  

나보다는 다른이의 마음을 더 신경쓴다.

어떤 이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과도하게 몰입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정작 내 에너지는 없는 데 말이다.


나를 더 소중히 생각하고, 실수도 다독거려 넘어가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은 단단히 틀어진것 같다.

왜그러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 아빠에게 비교를 많이 당하고 성장했다.

성과보다는 늘 결과가 중요시 되었고, 좋은 결과였어도 칭찬보다는 더 열심히 안했다는

구박을 받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나에게는 벗겨내고 싶은 추잡한 주눅감이 있다.


텔레비전에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애가 넘치는 연예인을 보면 미덕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나는 나에게는 잘 안될까.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은 없고 오로지 본인만 잘났다며 과식욕을 부리는 사람 말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 스스로를 박하게 대하지 말고, 관대해지길 연습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나의 못된 모습, 불안전한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노력하는 모습, 선한 점을 어필하고 나와 편하게 잘 지내봐야겠다.

내가 현재 얼마나 삶을 숭고히 받드는지,

허투로 안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장점이 얼마나 많은지도 파헤쳐서 나를 아낄것이다.

이전 04화 내 실수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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