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3. 2022
누군가 오늘 나의 옷차림을 보고 "어머, 옷 색깔이 산뜻하다"고 칭찬해주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칭찬에 부끄러워 웃으며 그곳을 빨리 지나갔다.
누군가 "자기는 진짜 행동이 빨라.벌써 다했어? 대단하다~"라고 하면
"제가 좀 일처리가 빠르죠? 호호."라고 받아치지 못하고,
"하긴 했는데....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자신감 없게 말끝을 흐린다.
누군가 "자기는 진짜 열심히 사는 거 같애. 아이들 키우고 일까지 참 부지런해~"
라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칭찬을 했을 때
속으로는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쾌재를 부르면서 겉으로는 쓸떼없이
"아니에요~~ 제가 뭘요. 다 똑같죠 뭐."라고 중얼중얼 거린다.
누군가 "자기 옷 잘입는거 같아~~ 이거는 어디서 샀어?"라고 칭찬이 곁든 질문을 했을 때
"아 이거 싼거에요. 막상 입으니까 별로인거 같기도 해요."라며 질문과 다른 말을 씨부렁거린다.
칭찬은 여러 명이 섞여 있었을 때 더 견디기 어렵다.
누군가 "땡땡이 엄마는 정말 어쩌고 저쩌고 진짜야~~저절씨구~.... "라고 나를 좋게 표현해주면,
"아 감사해요."라며 쌩끗 웃으며 세련되게 대답을 못하고 괜히 이목을 끄는게 쑥쓰러워서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되도 않은 겸손으로 칭찬해준 상대방을 더 민망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날아갈듯 기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으면서
왜 막상 칭찬을 받는 그 자리에서는 그 좋은 감정을 올바르게. 맘껏. 양껏.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어색하다.
주목을 받는게 민망하다.
누군가 나를 크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칭찬의 말이 진짜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칭찬을 받을 때 드는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자, 그럼 나의 마음을 파헤쳐보자.
1. 어색한 이유 : 칭찬을 받은 경험의 부족함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칭찬을 받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늘 자신의 양육경험과 어릴 적 성장경험은 현재 나의 감정선과 뗄레야 뗄 수가 없다.
부모에게 혹은 친인척, 선생님, 주변 이웃,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은 경험이 적었던 문화 속에서
길러졌기 때문에 어른이 되서도 칭찬을 받았을 때 어색함을 느낀다.
2. 주목을 받는게 민망한 이유: 사람들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느끼며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주체성을 갖고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요리조리 방향을 틀고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일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내 능력치를 잘 모르겠으며 어떠한 일을 수행했을 때 주변의 환호와 격려를 받아보질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주목해주고 관심을 가지면 '아 내가 어떻게 겉절이가 아니라 센터가 될 수 있지?'
하고 의아스럽다.
3. 누군가 나를 크게 대우해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운 이유: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아존중감.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쬐끔 부족한 것이다.
어릴 적 양육경험과 가족문화에 따라 형성되었으며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엄중한 자기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아 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어찌보면 스스로 자기평가를 내릴 때 긍정적으로 좋게 좋게 하는데
어릴 적 꾸중과 힐난을 많이 받고 자랐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게 되고 다른 사람의 기준이 내 기준으로 둔갑하여
나를 평가하게 된다.
내 모습 그대로를 쓰담쓰담해주며 실수도 귀엽게 봐주고 사랑해준다면 자존감은 으쌰으쌰 향상된다.
또한 어른이 되어 여러가지 역할을 하며 그 속에서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연륜으로써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자아존중감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4. 칭찬의 말이 진심인지 잘 모르겠는 이유: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이면을 파고 들어 본심을 의심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모습이 필요한데
상대방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늘 의심하고 숨겨진 의도가 있을거라 단정하고
속 뜻을 알기위해 헛수고를 한다.
이 또한 가정에서 내가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 주변인들과 맺은 관계의 시작부터
후천적으로 어른이 되서 겪는 모든 관계까지의 경험을 통틀어 만들어진 나만의 방어자세일 것이다.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수록 관계맺기에서 감정과 에너지 소모가 크고 사람을 사람으로서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5. 낯가림이 있고, 내성적인 성향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사회적기술과 센스가 필요한지 모르거나
사람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함께 어울렸을 때 기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유 파악이 끝났으니 앞으로 칭찬을 들을 때는 어색한 표정과 어버버한 말과 행동 대신에
빵끗 웃으며 "너무 감사해요~."라며 내 본심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봐야겠다.
좀 더 내 태도에 자신감이 생기면 "땡땡씨 오늘 까리한데~~."라며 친학척까지는 아니지만
칭찬 선빵을 센스있게 날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