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권력] 높은 곳에 있는 가짜들
서초동 법조 타운. 화려한 로펌 사무실 안, 한 남자가 전화기를 든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검찰청에서 부장검사 명패를 달고 "법대로 합시다"를 외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된 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법전에는 없는 내용이다.
"어, 김 프로(검사). 나야. 이번 사건 알지? 우리 의뢰인이 실수한 건데, 젊은 친구가 앞길이 창창하잖아. 기소유예로 잘 좀 봐줘. 나중에 밥 한번 살게."
수화기 너머 후배 검사는 깍듯하게 대답한다.
"네, 선배님. 잘 챙겨보겠습니다."
통화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통화 한 통의 대가로 의뢰인은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의 수임료를 지불했다. 이른바 '전관예우(前官禮遇)'. 전직 고위 관리에게 예우를 갖춘다는 그럴듯한 포장이지만, 실상은 법의 저울을 돈으로 매수하는 명백한 '사법 거래'다.
덕분에 음주운전을 하고 사람을 친 재벌 3세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회삿돈을 횡령한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반면, 같은 시각 법정 복도.
돈이 없어 국선 변호사를 기다리는 한 청년이 있다. 그는 편의점 알바비를 떼먹은 사장에게 항의하다가 홧김에 진열대를 넘어뜨려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그에게 배정된 국선 변호사는 피곤에 절어 있다. 기록을 대충 훑어보며 말한다.
"그냥 인정하고 벌금형 받으시죠. 싸워봤자 못 이깁니다."
청년에게는 "선배님"이라고 전화 한 통 걸어줄 빽이 없다. 그에게 법은 한없이 엄격하고, 차갑고, 날카롭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문장은 교과서 속의 신화일 뿐이다. 현실의 법정에서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가리개를 풀고, 저울 위에 올라간 금괴의 무게를 곁눈질하고 있다.
가짜 법조인은 인맥과 돈으로 법망을 찢어발기고, 진짜 억울한 서민은 그 찢어진 그물에 걸려 허우적댄다.
전화 한 통으로 죄가 사라지는 마법. 그 마법의 주문은 "우리가 남이가"였다.
"법전의 두께보다 봉투의 두께가 판결을 좌우하지 않기를..."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