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권력] 높은 곳에 있는 가짜들
대한민국에는 끔찍한 저주 같은 속담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친일(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이 말은 자조 섞인 농담이 아니다. 지난 100년의 역사가 증명해 온, 피비린내 나는 통계이자 팩트다.
서울 강남의 어느 고급 빌딩 펜트하우스.
그곳에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최고급 와인을 즐기는 남자가 살고 있다. 그는 명문 사립대를 나왔고, 유학을 다녀왔으며, 사회 지도층 인사로 존경받는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몬 대가로 작위와 땅을 하사받은 거물급 친일파였다.
해방이 되었을 때, 역사는 그를 단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반공 투사'로, '행정 전문가'로 신분 세탁을 하고 권력의 중심에 남았다. 그가 축적한 더러운 부(富)는 고스란히 자식에게 세습되었다. 그 돈으로 자식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다시금 이 사회의 기득권이 되었다.
그들에게 '조국'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용해 먹기 딱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그들은 나라를 팔아넘긴(Fake) 대가로 진짜 부자(Real Rich)가 되었다.
반면, 서울 변두리의 낡은 단칸방.
보일러 기름값이 아까워 냉골에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는 칠순의 노인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만주 벌판에서 동상 걸린 발가락을 잘라내며 폭탄을 던졌던 독립군 대장이었다.
할아버지가 전 재산을 털어 독립자금으로 보낸 탓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아버지는 쫓기는 신세라 제대로 된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고,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가난은 유전병처럼 대물림되었다. 그 손자인 노인은 지금 폐지를 줍거나 기초생활수급비로 연명한다.
가장 기막힌 아이러니는 법정에서 벌어졌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조상이 남긴 땅을 되찾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일제가 준 땅도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그들은 승소했다. 대한민국 법은 '진짜 배신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조상의 공훈을 인정받기 위해 낡은 서류를 들고 보훈처를 오가며 읍소해야 했다.
"증거를 가져오시오."
일제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활동하느라 기록을 남길 수 없었던 '진짜 애국'은,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가짜 취급을 받았다.
피로 쓴 역사가 잉크로 쓴 등기부등본에게 패배한 나라.
가짜 애국자들이 진짜 애국자들을 발아래 두고 내려다보는 이 서글픈 풍경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광복(光復)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가짜들에게 점령당한 식민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의가 가난하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