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에 잠식된 하루에 숨겨진 속마음

MINDSOS 4월 뉴스레터

by 기뮤

사람들은 우울하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우울하면 당장 끝내야 할 일들을 미뤄둔 채 집에서 틀어박혀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 우울해지면 거기에 압도되어 밖에 나가지 않는다. 씻지 않으니 나갈 수가 없다. 밖에 나가지 않고, 햇빛이 내비치는 좋은 날씨에 아침부터 밤까지 집에서 창문의 빛이 점점 꺼져가는 것을 바라본다. 하루종일, 11시간 정도를 핸드폰 혹은 노트북을 활용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본다. 침대에서 나가지 않고 그렇게 있다보면 하루가 정말 느리게 간다. 나에게 그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진다. 은둔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좌절, ‘나는 안 돼’라는 감정이 하루를 삼키고 나를 놓아두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전화가 와도 받지를 않는다. 내 마음을 모르고 잔소리 하실 것만 같고, 그때 내가 내 모습을 스스로 의식하게 되니까. 나는 그렇게 하루를 지낸다. 마치 내가 실패자가 된 것 마냥,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새벽에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런 하루는 느린 것 같았는데도 빠르게 지나가기도 해, 밤이 되어도 내 마음이 나아지지를 않으니 나는 다시 유튜브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새벽을 지새운다. 그리고 새벽 4시쯤 잠에 든다. 다음날 12시쯤 일어나지만 기분이 괜찮아져 나름 열심히 하루를 보낸다. 안 괜찮아서 그 다음날도 똑같이 보내는 날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많은 경우, 어떻게 보면 ‘폐인’처럼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들 때 약간의 희망적 다짐을 할 의지가 생긴다면 그 다음날은 괜찮다. 문제는 새벽이 지나도록 핸드폰을 보고 유튜브를 보아도 내 안에서 희망이 생겨나지 않는 날이다. 그러면 나는 끝끝내 핸드폰을 놓지 못하다가 졸음에 못 이겨 스르륵 잠에 든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더 좌절스러운 기분이 들어 또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그렇게 주말이 다 지나가게 되고 월요일이 오면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되는 편이다. 이런 날을 한 번 보내게 되면 점심, 저녁을 배달시켜 먹게 돼 안 그래도 안 좋은 지갑사정이 더 안 좋아지고 건강도 안 좋아진다. 게다가 나는 돈을 벌고 있지 않고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더욱 죄책감이 들게 된다.

내가 이렇게 낭비하는 하루는 한달에 며칠이나 될까? 그리고 나는 도대체 왜, 이런 우울한 기분과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는 걸까? 알고 싶고, 내 일상을 교정하고 싶어 내 하루를 약 2주 동안 기록해 보았다. 나의 하루들을 기록해보니 알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우울해진다. 그리고 그 우울감에 압도되어 일주일에 하루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낭비되는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물론 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좌절감, 할 일들에 대한 불안감, 타인과의 비교 등등… 그러나 내가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거기에는 예전 안 좋았던 기억에 사로잡힌 나와, 부모님에 대한 불편함, 양가감정이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현재의 일이 아닌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에 허우적거리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을 정말 사랑하고 있고, 부모님도 나를 제 자신보다 사랑하시지만, 예전 부모님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감정들에 얽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해하지 못할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어서, 나는 그걸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고 나에 대한 부모님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깨닫고 보니, 나는 몰랐겠지만 어쩌면 내 모든 행동이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처럼 사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낭비되는 하루가, 나 좀 신경써달라고, 나 좀 봐달라고, 부모님께 말을 거는 것만 같은 것이다. 나는 성인인데. 어엿한 성인인데,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아이 같은 어리숙함과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웃긴 것은, 나는 부모님에게 나의 속마음을 말할 기회는 피하고 있었다. 우울감이 찾아오면, 엄마, 아빠의 전화는 쉽게 무시해 버리며 내 상태를 알리지 않고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나는 이런 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고민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부모님에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용기만 내면 되는 건데, 그러면 되는 건데 그게 힘들다. 아직은 많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실 병원의 도움을 먼저 빌렸다.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진료비용과 약을 카드로 결제하며, 내 카드사용내역이 엄마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속으로는 어쩔 수 없이 결제수단이 카드밖에 없다고 변명하며 결제했지만, 실제로는 엄마가 카드내역을 보고, 내 상태를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약을 먹은지 2달 정도 지나자 엄마가 나에게 약에 대해 물어왔고 그렇게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사정을 밝히게 되었다. 부모님께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말하니 부모님은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셨다. 부모님이 나를 신경써 주신다는 게 느껴지니 요즘은 신기할 정도로 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울감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비록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내 마음 속 풀리지 않은 응어리를 해결해 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조금씩, 지금도 내 우울감을 극복하고, 낭비되는 하루를 잡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위 글은 마인드풀커넥트의 서포터즈를 하며 5월 뉴스레터로 작성한 글이다.

마인드풀커넥트는 '정신건강 인식 개선' '자살률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이며, 해당 기업과 청년정신건강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SNS주소와 홈페이지를 통해 더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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