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각선생 Sep 25. 2023

내게 강의는 선물이다

꼼지락꼼지락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 않아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선물을 포장했다

선물은 듣기만 해도 참 설레는 단어다

받는 사람, 주는 사람 양쪽 다 기분이 좋다

물론 상황에 따라 무미건조한 선물도 있지만 스스로 내켜서 마음이 주는 선물 일 땐 참 행복하다

어찌 보면 주는 사람 입장이 훨씬 더 신나는 일 일지 모른다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하는 그 시간재미있고, 고른 선물 예쁘게 포장하는 시간은 재미있다.

이런 꽁냥꽁냥한 시간들이 소소 하지만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내 나름의 힐링 시간이다.

이렇게 기쁨을 담은 선물들은 강의 중간중간 내가 낸 퀴즈의 정답을 맞히거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적극적인 수강생들에게 나눠준다

예전에 강의할 때는 워낙 소모임이라 수업에 참여만 해도 교육생 전원에게 골고루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 수가 많아지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챙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름 적정선을 찾은 게 교육 참여도에 따라 주는 걸로 조정했다


처음 선물을 준비했던 계기는 사실   스로 느끼는 안함 때문이었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1시간 특강을 위해 한 달을 넘게 준비해도 막상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자꾸만 긴장해서 이없는 실수를 많이 했다

중요한  빼먹고 다음으로 넘어가거나 단어가 생각 안 나서 버벅대 헛소리 시연하기 등 일일이 다 말할 수도 없다

그러다 우연히 쎄한 표정의 교육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땐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흔들리는 느낌이 내 동공에서 느껴진다

애써 들키지 않으려 재빨리 눈을 피해 보지만 이미 나가리 된 자신감은 쉽사리 회복가다

그렇게 뜨뜻미지근하게 강의를 마치고 집에 발걸음은 물을 머금을 솜처럼 보다 거울수 없다

다음부턴 실수 안하려고 강의를 아무리 통째로 달달 외워도 잘 외워지지가 않았다.

지금은 두 시간 특강도 술술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엔 초반 3분이 30분보다 더 더디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안 갈 수가 없다

그때부터다. 내 강의를 듣는 시간이 아깝다 느낄 수 있는 단 한 명의 교육생 위 마음으로~

어찌 됐든 내 공간에 온 손님을 빈손으로 그냥 보내진 말잔 생각에 뜻한 차 한잔 내어주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선물을 정하는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오마카세인 셈이다

행주부터 직접 만든 레몬살균제, 무타공 수납도구처럼 주로 소소한 생활템 위주라 집에 있으면 다 거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젠 교육생님들과 강의 중간중간 농담도 하고,  놀이도 할 만큼 큰 긴장은 하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선물을 준비한다

처음엔 많이 부족한 초보강사의 말을 들어주는 교육생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였다면  지금은

내가 행복해서다.

그날 강의를 망치고 안 망치고는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강의를 나가는 날, 양손 가득히 장바구니를 꽉꽉 채워 나갔다가 돌아올 땐 홀가분하게  싹 비우고 온다

강의실에서 내 모든 기염을 토해 머릿속 지식부터 준비해 간 선물까지 탈탈 털어서 아낌없이 나눠주고 나면 손에 남은 건 빈 물병이 전부

집에 오는 길, 예전엔 물 먹은 솜만치 무거웠던 발걸음

금은 물에 닿자 녹아버리는 솜사탕 마냥 가볍다.

그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 사이 내 강의 실력이 기하흡수적으로 는 것도 아니고, 단지 예전엔 내가 준비한 교안 순서 고대로 진행하기 급급했다면 지금은 교육생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고 마주친 교육생의 눈을 어색하게 피하지 않여유가 생겼을 뿐이다

이제는 미안함을 느끼기 보단 도움이 되고자 한다


 강의끔 받는 선물과 같다.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내 정리 기록 노트에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시금 복습하는 느낌이다

교안을 준비하다 보면 어렴풋한 얕은 지식으론 한계가 있다.

더 깊이감 있게 파고들어야 할 때가 많다

컨설팅만 했다면 그냥 경험으로 끝나고 말 것들이

사람들 앞에서 교육적으로 설명해야 할 땐 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게 된다. 컨설팅의 경험이 이해하기 쉬운 문서화로 한번 더 복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다가 현장에서 고객들이 물어보는 질문에도 보다 전문성 있게 알려줄 수 있다

교안을 준비하며 한번 정리했던 내용이다 보니 더더기 없이 깔끔한 답변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내가 복습하는 셈이다

누구에게 알려주는 게 최고의 공부비법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정리하는 일이 더 재미있나?

강의하는 게 더 재미있나?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현장이 더 재미있다

왜냐면 컨설턴트가 내 본업이고, 강는 가끔 받는 선물 같은 부업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의는 할때마다 여전히 어색하고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 또한 내가 자취방 정리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이며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금의 이 선물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2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