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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각선생
Sep 25. 2023
내게 강의는 선물이다
꼼지락꼼지락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 않아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선물을 포장했다
선물은 듣기만 해도 참 설레는 단어다
받는 사람, 주는 사람 양쪽 다 기분이 좋다
물론 상황에 따라 무미건조한 선물도 있
겠
지만
스스로
내켜서
마음이 주는 선물 일 땐 참 행복하다
어찌 보면 주는 사람 입장이 훨씬 더 신나는 일 일지 모른다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하는 그
시간
은
재미있
고,
고른 선물
을
예쁘게
포장
하는 시간은
더
재미있다
.
이런 꽁냥꽁냥한
시간들이 소소 하지만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내 나름의
힐링 시간이다.
이렇게
기쁨
을 담은
선물들은 강의 중간중간 내가 낸 퀴즈의 정답을 맞히거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적극적인 수강생들에게 나눠준다
예전에
강의할 때는
워낙 소모임이라
수업에 참여만 해도
교육생 전원에게 골고루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 수가 많아지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챙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름 적정선을
찾은 게
교육
참여도에 따라
주는
걸로 조정했다
처음 선물을 준비했던 계기는 사실
내
스
스로 느끼는
미
안함 때문이었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1시간
특강을 위해 한 달을 넘게 준비해도 막상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자꾸만
긴장해서
어
이없는
실수를 많이 했다
중요한
말
을
빼먹고 다음으로 넘어가거나 단어가 생각 안 나서 버벅대
다
헛소리 시연하기 등
일일이
다 말할 수도 없다
그러다 우연히
쎄한
표정의 교육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땐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흔들리는 느낌이 내 동공에서 느껴진다
애써 들키지 않으려 재빨리 눈을 피해 보지만 이미 나가리 된 자신감은 쉽사리 회복
불
가다
그렇게
뜨뜻미지근하게
강의를 마치고 집에
오
는
발걸음은 물을 머금을 솜처럼
이
보다
무
거울수
없다
다음부턴
실수 안하려고
강의를 아무리 통째로 달달 외워도 잘 외워지지가 않았다.
지금은 두 시간 특강도 술술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엔
초반 3분이 30분보다 더 더디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안 갈 수가 없다
그때부터다.
내 강의
를 듣는
시간이 아깝다
느낄 수 있는 단 한 명의 교육생
을
위
한
마음으로~
어찌 됐든 내 공간에 온 손님을
빈손으로 그냥 보내진 말잔 생각에
따
뜻한 차
한잔 내어주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선물을 정하는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식당으
로 비유하자면 오마카세인 셈이다
행주부터 직접 만든 레몬살균제, 무타공 수납도구처럼 주로
소소한
생활템
위주라
집에
있으면 다
쓰
는
거다
몇
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젠 교육생님들과 강의 중간중간 농담도 하고, 놀이도 할 만큼 큰 긴장은 하지 않
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선물을 준비한다
처음엔 많이 부족한 초보강사의 말을 들어주는
교육생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였다면 지금은
내가 행복해서다.
그날
강의를 망치고 안 망치고는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강의를 나가는 날, 양손 가득히
장바구니를 꽉꽉 채워 나갔다가 돌아올 땐
홀가분하게
싹 비우고
온다
강의실에서 내 모든 기염을 토해 머릿속 지식부터 준비해 간 선물까지 탈탈 털어서 아낌없이 나눠주고 나면 손에 남은 건 빈 물병
이 전부
다
집에 오는 길,
예전엔 물 먹은 솜만치 무거웠던
발걸음
도
지
금은 물에 닿자
녹아버리는
솜사탕 마냥 가볍다.
그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 사이
내 강의
실력이 기하흡수적으로 는 것도 아니고,
단지 예전엔 내가 준비한 교안 순서 고대로 진행하기 급급했다면 지금은 교육생들의 이야기
가 귀에 들어오고 마주친 교육생의
눈을
어색하게
피하지 않
는
여유가 생겼을 뿐이다
이제는 미안함을 느끼기 보단 도움이 되고자 한다
내
게
강의
는
가
끔 받는
선물과
도
같다.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내 정리 기록 노트에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시금 복습하는 느낌이다
교안을 준비하다 보면 어렴풋한 얕은 지식으론 한계가 있다.
더 깊이감 있게 파고들어야 할 때가 많다
컨설팅만 했다면 그냥 경험으로 끝나고 말 것들이
사람들 앞에서 교육적으로 설명해야 할 땐 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게 된다. 컨설팅의 경험이 이해하기 쉬운 문서화로 한번 더 복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다가
현장에서
고객들이 물어보는 질문에도
보다
전문성 있게 알려줄 수
있다
교안을 준비하며 한번 정리했던 내용이다 보니
군
더더기 없이 깔끔한 답변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내가 복습
하는 셈이다
누구에게 알려주는 게 최고의 공부
비법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정리하는 일이 더 재미있나?
강의하는 게 더 재미있나?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현장이 더 재미있다
왜냐면 컨설턴트가 내 본업이고, 강
사
는 가끔 받는 선물 같은 부업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의는
할때마다
여전히 어색하고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 또한 내가 자취방 정리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이며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금의
이 선물
들
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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