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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탑 Oct 20. 2024

항공사 승무원과 수영 시험

안전이 최고!

승무원이 되려면 수영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을 포함 몇몇 국내 항공사에서는 객실 승무원 채용 과정에 수영 시험이 있습니다.  승무원은 객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 아니었던가요? 


이유는 비상 착륙(Ditching) 상황에서 승무원이 본인뿐만 아니라 승객들을 바다에서 구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승객을 구조할 정도면 수영장에 있는 안전요원만큼 잘해야 하는 걸까요?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공통적으로 자유형, 평영, 접영 세 가지 영법으로 25m를 멈추지 않고 발이 닿지 않은 채 완영해야 합니다. 이때 대한항공은 35초 이내, 아시아나항공은 40초 이내에 수영을 마쳐야 합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마찬가지로 발이 닿지 않고 멈추지 않고 25m를 완영하면 됩니다.


수영을 조금 배워보신 분들은 25m가 그리 긴 거리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하지만 수영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25m는 공포스러운 거리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위에 언급된 항공사에 지원하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수영을 배우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물에 뜨는 것만 연습해도 완주가 가능합니다. 숨을 참고 수영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수영의 모든 영법을 다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수영 시험의 중요성


그러면 실제로 승무원이 비상착륙 시 승객을 구조한 예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 사건입니다. 이 비행기는 뉴욕에서 출발 후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정지되었고, 기장이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하여 탑승객 155명 전원을 안전하게 구출했습니다. 이 사건은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알려졌고, 승무원과 조종사의 침착한 대처가 돋보인 사례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00년 스위스 항공 111편 사건이 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대서양에 비상착륙했으며,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항공기 사고는 자동차 사고에 비해 확률적으로는 빈번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을 수 있는 비상착륙 사건을 대비해서 승무원들이 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수영과 건강


제가 대한항공 입사했을 때는 수영 테스는 없었고 입사 후 교육 과정에 수영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 두 달 정도 수영장에서 강습을 들은 후 수영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35초 내에 25m를 영법에 상관없이 멈추거나 발에 닿지 않은 채 완주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 수영을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던 상태에서 수영 강습을 받는데 단체로 모든 교육생이 한 강사분께 배웠습니다. 수십 명이나 되는 교육생이 한 강사에게서 배우니 제대로 배울 수 없었지요. 심지어 그 강사는 물속에 들어오지 않고 물 밖에서 '팔을 이렇게 저어 보세요' '다리는 이렇게 차세요'라며 말로만 설명을 하니 더욱더 수영은 어렵기만 했습니다. 겨우 발차기와 팔은 대충 저을 수 있게 된 상태에서 숨쉬기를 배우는데 숨만 쉬려고 자세를 잡으면 몸은 점점 가라앉기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숨을 참고 수영테스트를 치러야겠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워낙 운동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때 다행히도 수영장에 있던 관계자분이 제일 뒤에서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있는 저를 불쌍히 보셨는지 개인 교습을 권하시더군요. 그것도  친구와 무료로 아무 때나 와서 다른 강사들에게 배우는 완전한 프리패스 조건으로요. 고맙게도 개인교습 두 번 받으니 수영하며 숨쉬기가 가능해졌고 저는 무사히 수영시험에 통과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 후로 수영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때 배운 수영실력으로 호텔체류 시 간간히 수영을 즐겼고 몇 년 전부터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웠지요.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우자 저에게는 여러 가지 좋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감기에 자주 걸리지 않고 아침 일찍 수영강습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이 베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거기에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헬스에서 플라잉요가까지 다양한 운동을 매일 할 정도로 체력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운동을 잘 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습니다. 


수영은 문자 그대로 저를 건강하게 구조한 셈입니다. 제가 수영으로 승객들을 구조한 경험은 없지만요.


승무원 준비하시는 분들은 수영 꼭 배우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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