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요리의 완성은 설거지
10편
[요리의 완성은 설거지]
사실 저는 요리보다는 설거지를 더 잘하는 편이에요.
밥을 먹고 나면 대부분 귀찮아서 미루기 쉬운 일이지만 저는 오히려 설거지를 정성껏 마치고 깨끗하게 그릇을 닦을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시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을 담는 그릇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식사의 완성은 ‘설거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더러워진 접시 위에 올릴 수는 없잖아요.
사실 요리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의 손맛을 닮지 못했기 때문일 거예요.
동네마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분들이 꼭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가 그런 분이셨어요.
어릴 적 도시락부터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
자식이 점심이라도 굶을까 봐 새벽마다 정성껏 도시락을 싸주시던 어머니
그 도시락을 열면 친구들이 반찬을 맛보겠다며 몰려들었고 저는 그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잔병치레도 많으셨던 어머니가 직접 장을 보고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던 그 수고가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사실 편식이 아주 심한 분이셨어요.
안 드시는 음식도 많고 입맛도 까다로우셨어요. 병환으로 오랜 시간 누워 계실 때에도 아무거나 드시지 않으시고
"전복 사와라" 하시던 분이니까요.
어머니는 본인이 그런 편식 때문에 몸이 약해졌다고 생각하셨는지 저희 식탁만큼은 늘 푸짐하게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쓰셨어요.
그 덕분인지 저희 형제들은 편식 없이 뭐든 잘 먹는 아이들로 자랐습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덮기 위해 시작하셨던 요리가 어느새 남들에게도 인정받는 ‘손맛’으로 피어난 거죠.
그 음식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버지셨어요.
식사 자체를 좋아하시기도 했지만 아버지 입맛에 꼭 맞게 차려진 어머니 밥상 앞에서는 정말 행복해 보이셨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더 이상 음식을 하실 수 없고
아버지는 저희가 해드리거나 사다 드리는 반찬 앞에서 예전만큼 입맛을 느끼지 못하세요.
언제나 어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시면서요.
저에게 어머니는 ‘눈물 버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도 [밥과 사람]이라는 제 첫 연재를 쓰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어요.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
이 연재를 쓰며 저는 오히려 묵혀두었던 제 이야기를 꺼내보게 되었어요.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혹시 지금도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는 꼭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냥 쓰세요.”
10편의 ‘밥과 사람’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제가 이 10편의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는 건 저에게 참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오랫동안 취미로 적어두었던 짧은 자작시로 돌아오겠습니다.
시를 쓴 날의 감정을 함께 담아보는 시간
에세이와 시가 만나는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은 [시 한 줌의 위로]입니다.
저의 두 번째 여정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지금까지 제 첫 번째 작품 [밥과 사람]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