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섬에서 다시 섬으로 (2) 날아온 섬 : 비양도
제주 협재나 금릉해수욕장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비양도는 연두색과 녹색의 조합이 마치 보물섬 같다.
섬의 태생이 역사서에 남아 있다고 하고 (지질 분석에 의하면 아니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던 중에 물질하던 해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췄다는 전설도 있다.
그래서 비양(飛 : 날 비, 揚 : 날릴 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비양도에는 우도나 가파도와 달리 올레길은 없다.
나는 그동안 제주의 서쪽을 여행할 때마다 빤히 보이는 비양도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하다가,
제주에 길게 머무는 김에 올레길과 관계없이 가보기로 했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말 한 번 붙여 보려는 소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비양도로 향했다.
섬은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십 여분이면 닿을 수 있었다.
바라던 것을 이루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냥 한 발 내딛는 것으로 두려워하거나 게으른 마음을 떨쳐내는 것으로 되는 것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유효한 계명이다.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단단한 느낌이 드는 섬 한가운데 솟은 비양봉으로 올랐다.
다리에 쌓인 피로가 나를 자꾸 산 아래로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 즈음 제주섬의 서쪽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매번 제주섬을 섬 밖에서 바라볼 때면 본 섬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것이 섬에서 다시 섬으로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일 터였다.
역시나 비양도에서 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봉우리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와 한라산, 연이어 오는 파도처럼 이어지는 오름의 중첩은 환상적이었다.
비양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구름은 수평선 북쪽에서 서서히 몰려왔다가 섬을 지나 남쪽으로 사라져 가고
풍력 발전기는 바다에 드리워진 구름 위에 두둥실 떠서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었다.
내려오기가 아쉬워 산꼭대기에서 한 참을 더 서성이다가 내려왔다.
천천히 섬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갯장구들이 인기척에 놀라 갯바위 속으로 숨어들었다.
배 시간이 되어 섬을 나서는데 떠나오는 배 뒤로 몰려온 구름들이 잽싸게 섬의 허리를 감싸 안는가 싶더니
좀 전에 내가 서 있던 산봉우리마저 금세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