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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본 예찬
올레길을 걸을 때 내게 방향을 알려준 건 리본이었다.
우렁찬 소리를 내거나 휘황찬란하게 빛나지도 않았다.
몰아치는 바람에 제 몸도 못 가누면서
길모퉁이 저쯤에 수줍게 매달려
내리는 비에 젖어 전봇대에 찰싹 달라붙어서도
가만히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리켰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담벼락 구석진 곳에 살짝 숨어있는 녀석이 알려주는 대로 가면 되었다.
평범한 이에게
삶의 방향을 알려 주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영웅의 사자후나 위인전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를 향해 가볍게 지어주는 가까운 이의 미소와 따뜻한 한마디의 격려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올레길 리본 같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된 적이 있었던가’
반성하며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