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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Apr 08. 2024

022 Amazon은 신사업을 고민한 적이 없다

Jailbreak

"What's NOT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This is more 
important question 
because you can build a business strategy
around the things that are stable in time." (Jeff Bezos)


Amazon Prime Video가 골든 글로브를 수상하면 신발 파는데 도움이 된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오픈이노베이션담당으로 근무하던 당시 
다양한 산업트렌드, 투자트렌드, 경쟁사동향 등을 분석해서 Top께 보고를 드리곤 했다.
그즈음이 마침 Amazon이 오랜 '의도된 적자'에서 벗어나 이익을 만들어 나가던 때라서
Amazon에 대해서 깊이 분석을 할 기회가 많았다.  
보면 볼수록 Amazon이라는 회사는 정말 대단한 회사였다. 
특히 신사업을 확대해 나간 성장 관점에서는 더욱 그랬다. 

온라인 서점, 온라인 유통, 클라우드(AWS), AI 비서(Alexa), AI 스피커(Echo),
e-Book Reader(Kindle), 오프라인 슈퍼마켓(Whole Foods), 영화 제작 Studio,
물류로봇(Kiva), 비행기 배송, 드론, 자율주행, Game중계(Twitch), 신문(Washington Post),
홈 클리닝 서비스, AR 안경, 도어록, 보안카메라, 무인편의점(Amazon Go),
오프라인 서점(Amazon Books), 건강보험, 음식배달, 약배달, 광고, 약국, 신용카드 등
 
도무지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는 Amazon의 뒤죽박죽 신사업들이다.
복잡한 신사업 Portfolio를 보면서 공통분모를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대신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발견한 게 있다.
그들이 지금껏 어떻게 신사업을 해왔는지...
 
보통 신사업을 할 때 가장 흔한 방법은
기존 사업의 인접영역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것이다.
가령, 컴퓨터를 만들다가 태블릿 만들고 폰도 만드는 것이다.
차별적 기술과 타깃 고객군, 유통채널 등에 유사성이 있으니 유리하다.
그다음은 고객군을 확장하는 것이다.
가령, 일반 가정에 팔던 TV를 SW만 조금 바꿔서 호텔에도 팔고 학교에도 팔고 하는 것이다.
영업은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하지만 B2C에서 쌓은 브랜드가 B2B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
또 타깃시장 지역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가령,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미국, 유럽 등 더 큰 시장에 나가서 파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루키의 입장에서 접근을 해야 하지만 한번 성공경험이 있으니 도움이 된다. 
세 가지 모두 검증된 방법이다. 성공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조금 더 용감한 방법은 트렌드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여 신사업에 베팅하는 것이다.
가령, 향후 에너지 부족 문제를 예측하여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는 노령화 트렌드를 보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미래의 모빌리티를 예측하여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그 인프라에 베팅하기도 한다.
내부에서 개발하든 외부에서 M&A를 하든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에 비하면 High Risk, High Return이다.
 
그런데 Amazon은 특이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Amazon은 신사업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Day 1부터 늘 상거래(Commerce) 하나였다.
 
Jeff Bezos의 말처럼, 
상거래(Commerce)에서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고객의 니즈가 무엇일지 고민했고
‘싸게’, ‘빠르게’, ‘한 군데서’ 이 세 가지 고객 니즈에 30년째 집중하는 중이다.
 

지금 '싸게' 사길 원하는 고객이 10년 후에는 비싼 게 더 좋다고 할 리가 만무하다.
지금 '빠르게' 받길 원하는 고객이 10년 후에는 느린 게 더 좋다고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지금 '한 군데서' 쇼핑을 끝내길 원하는 고객이 10년 후에는 여러 곳을 돌며 쇼핑하고 싶다고 할 리가 없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고객 니즈에 투자를 한다면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고객에게 인정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집요하게 노력하며 끝까지 견디는 것이다. 
지구력 싸움으로 승부를 프레이밍 한 것이다. 
 
싸게’ 팔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동화를 하고 상품 공급자들과 싸웠다. 

수백 종의 PB 브랜드와 상품을 만들어 경쟁시켰으며 

20년째 오해받을 준비를 하며 수익을 포기했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수많은 Employee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교육도 신경 썼고 사내 건강보험까지 직접 공급했다.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 

로봇을 도입하고, 물류창고들을 늘리고, 물류창고에 AR안경을 도입하고,
비행기를 빌려 직접 배달을 하고, 드론을 도입하고,
자율주행 카트를 도입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Data분석을 도입하고,
원클릭으로 결제하게 하고, 무인스토어 Amazon Go를 만들고,
말로 쉽게 주문할 수 있게 AI 스피커를 만들고,
집 안까지 배송될 수 있게 도어벨/카메라를 도입했다.
 
한 군데서’ 쇼핑하게 하기 위해서,
책뿐만 아니라 신발도 팔고, 옷도 팔고, 가전제품도 팔고,
가구도 팔고(느낌을 미리 볼 수 있게 AR도 제공하고), 차도 팔고, 집도 판다.
책은 페이퍼가 아니라 e-Book으로도 제공하고(e-Book 리더까지 팔고),
오리지널 콘텐츠도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게임중계도 하고,
3D로 쇼핑 경험을 개선하려고 Fire폰을 만들었다가 말아먹기도 하고,
신선식품도 팔고, 음식도 배달하고, 약도 배달하고,
고객의 집에 배달하러 간 김에 청소, 설치, 집수리 등 서비스도 판다.
 
고객들은 이 모든 Amazon의 사업에서 Prime 멤버라서 우대받는다.
Prime 멤버란 쿠팡의 와우회원과 비슷한 것인데
공짜 반품이 가능하고, Amazon의 영상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Whole Foods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Whole Foods 매장의 주차장에는 Prime 멤버 전용 주차면도 제공한다.
Prime 멤버가 아닌 게 바보같이 느껴지도록 혜택을 계속 늘리고 있다.
그 결과 미국 Amazon 고객의 60% 이상이 Prime 회원이 되었고
그들은 연평균 $1400을 Amazon에서 구매한다.
나머지 40% 일반 고객이 연평균 $650을 구매한다고 하니
일반 회원 한 명을 Prime 멤버로 전환시키기만 하면 매출은 자동으로 2.2배 늘어난다.
이 숫자들은 가설이 아니다. 2억 명의 Prime 멤버들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Data를 쌓아 만든 통계이므로 실제로는 Fact에 가깝다.
한 명의 신규 Prime 멤버를 유치하는 순간 바로 연간 매출이 $750 늘어나도록
비즈니스 구조가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신규 Prime 멤버를 유치함으로써 매출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되는 건 무엇이든 해왔다.
그렇게 보니 그 문어발식 신사업이 이제야 이해가 좀 된다.

"Amazon Prime Video가 골든 글로브를 수상하면 신발 파는데 도움이 된다." 
Jeff Bezos의 이 말도 이해가 간다.
 
Amazon은 인접영역으로 야금야금 신규 제품을 늘려 나가지 않았다.
트렌드를 따라가며 유망해 보이는 신사업을 애써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집중하는 상거래(Commerce)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객의 니즈에 집중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Cloud Tool이 성장하여
그 자체로 경쟁력 있는 신규 상품이 되었다.
Amazon의 영업이익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AWS는
신사업을 선제적으로 ‘기획’ 하지 않고 기회를 ‘발견’ 하여 후행적으로 배팅을 한 것이다.
AWS를 별도로 사업화하는 것이 
상거래 고객들의 니즈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거기선 돈을 벌어도 되는 것이다. 

"Our approach is still the same, because it's still Day 1."

Amazon은 처음부터 주주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다.
고객에 집착하여 의도적으로 당장 이익을 내려고 하지 않고
성공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폭발적 경쟁력을 차근차근 쌓아 왔다.

Amazon에게 학습된 주주들은 믿음을 보내주었고

20여 년이 지나 Amazon은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숫자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런 Long Term Vision 기반 주주관계의 선순환 구조야 말로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배팅하는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고객 니즈에 꾸준히 투자한 회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알면서도 쉬이 따라 할 수 없는 이유다. 

(Golden Globe Award,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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