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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Jun 11. 2024

캐즘을 넘어야 혁신이 된다

Jailbreak

"Anything can be achieved in small, deliberate steps. But there are times you need the courage to take a great leap. You can't cross a chasm in two small jumps." (David Lloyd George)


출근한 자전거를 벽에 걸고, 사무실 안에 주차된 벤 안에 모여 앉아 회의를 했다.

뭐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LG에서 혁신 프로세스 Task 리더를 할 당시 IDEO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IDEO는 당시 혁신적인 Idea를 구현해 내는 최고의 Design Consulting Firm이었다.

LG의 최고경영자들은 이 회사의 Innovation Process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결과물도 중요했지만
IDEO의 Innovation Process를 배워 LG에 전파한다는 목적이 더 컸다.

거의 두 배 비싼 비용을 내고 우리가 직접 프로세스에 참여하며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가까이서 본 IDEO는 매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인적 구성이 다양했다.
MBA부터 심리학, 생물학, 엔지니어링, 언어학, 마케팅 등 온갖 전공자들이 다 모여있었다.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맞부딪치는 것이다.
사무실도 매우 신기했다.
벽에는 자전거가 걸려있고, 책상 위에 큰 그늘막을 설치한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 한편에 큰 벤이 놓여 있었는데 왜 가져다 놓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냥 거기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회의를 하곤 했다.
수직적 직급체계도 없었다.
아이디어가 좋고 멤버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이 프로젝트 리더를 맡았다.
한 프로젝트에는 심리학,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전공자들을 꼭 섞어서 배치했다.
억지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든다고 혁신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유로움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 안에서 독특한 나름의 질서를 만드는구나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어느 특정 분야에도 전문가는 아니었다.
대신 스스로를 혁신 프로세스의 전문가라 칭했다.

어떤 분야의 과제가 주어지든 프로세스에 맞춰 혁신을 디자인하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

그들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IDEO Shopping Cart 프로젝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IDEO Shopping Cart는 1999년 ABC Nightline의 특집 기획 프로젝트였다.
ABC는 IDEO에게 '쇼핑카트'를 혁신하라는 숙제를 준 후
5일 만에 쇼핑카트를 어떻게 Redesign 하는지 그 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주었다.

처음엔 전문가 인터뷰를 하거나 고객을 관찰하는 걸로 시작한다.
다음엔 거기서 착안한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발산하고
그 후 그 아이디어들을 공통된 인사이트 꼭지 몇 개로 압축한다.
그 압축된 꼭지에서 새로운 최종 Design 아이디어를 다시 발산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완성된 최종 디자인을 Prototype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그들의 Innovation Process는 아이디어의 '발산'과 '압축'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에는 고객에게 최종 Design 뿐만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뽑은 Insight 꼭지들도 함께 제공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혹시 고객이 최종 Design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함께 제공된 Insight에서 새로운 Design을 스스로 다시 뽑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들이 Design 'Consulting' Firm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그때 그들에게 쇼핑카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쇼핑카트의 최초 발명자는 오클라호마의 사업가 Sylvan Goldman이었다.

1930년대 그는 Humpty Dumpty라는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 중이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고민 속에 고객들을 관찰하다가

고객들이 쇼핑 바구니가 가득 차거나 너무 무거워지는 순간 쇼핑을 끝낸다는 걸 발견했다.

더 필요한 게 남아있더라도 그날의 쇼핑은 그게 끝이었다.

그는 쇼핑 바구니를 두 개 올려놓고 밀수 있는 카트 개념을 상상해 냈다.
산술적으로는 매출을 두 배로 올릴 수 있었다.
최소의 공간을 차지하며 편하게 밀고 다닐 수 있게 디자인에 공을 들였고
물건을 넣고 빼기 좋게 카트를 접는 콘셉트를 추가해 특허도 냈다.
드디어 1937년에 그렇게 만든 카트를 자기 슈퍼마켓에 최초로 적용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그 카트를 밀려고 하지 않았다.
낯설었다. 우스꽝스러웠다.
스토어 입구에 사람을 두고 카트를 나눠줘도 봤지만 사람들은 거부했다.
사용성과 편의성을 알려주는 광고도 해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아이디어를 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매력적인 남녀 모델들을 고용하여
하루 종일 슈퍼마켓을 돌며 쇼핑카트에 물건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남들도 다 쓰는데 왜 당신은 안 쓰냐고 Peer Pressure를 주자
그제야 사람들은 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혜택을 준다 해도 먼저 나서서 쓰려하지 않았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전하다 느꼈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된 쇼핑카트는
한 번에 쇼핑하는 시간과 양을 급격히 늘리는데 일조했고
결과적으로 도심 외곽의 대형마트들을 급격히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젠 동네 마트에서 필요한 걸 매일 조금씩 쇼핑할 필요가 없이
주말에 근교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버렛 로저스의 저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에 따르면
인류의 2.5%는 이노베이터, 13.5%는 얼리어댑터이다.
이노베이터는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직접 시도하는 사람들이고
소비자 분류에서는 Lead User라고도 한다.
그들은 불편한 문제를 발견하면 이를 풀기 위해 스스로 해결책을 만든다.
가령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당시 노트북 PC를 차에 가지고 다니며
휴대폰과 연결하여 Yahoo Map을 보면서 운전했던 사람들이다.
얼리어댑터는 이노베이터처럼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시도해 보는 사람들이다.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신상이 나왔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다.
총 16%에 해당하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람들은 누구도 낯선 혁신을 먼저 써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먼저 써서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 후에야

대중 속에 묻혀서 '그럼 나도 한번...' 하며 경험하게 된다.
특히 하위 50%의 고객들은 제품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가격이 충분히 떨어져서 또는 옛 모델이 단종되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혁신을 만드고자 한다면 이런 고객층의 특성을 이해하고
초기 고객을 타켓하는 전략과 고객층 확산을 위한 전략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지금 당연히 여기는 모든 것들의 시작에는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우스꽝스럽고 창피스러운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낼 미래의 혁신에도

도대체 저게 뭐야... 미친 거 아니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그 순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Peer Pressure를 잘 활용해야 한다.

Humpty Dumpty에서 쇼핑카트를 밀던 그 모델들처럼

내가 만든 혁신을 대중들 앞에서 먼저 밀고 다니며 전파할 멋진 모델들이 필요하다.


그 모델들이 캐즘을 넘어줘야 혁신이 완성된다.

혁신은 결과론적인 것이다.


(Shopping Cart Models,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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