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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Mar 20. 2024

혁신은 세 번 필요하다

Jailbreak

“Doing business without advertising is like a winking at a girl at the dark. You know what you are doing, but no one else does." (Stuart H. Britt)

마법은 없다.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LG에서 신기술투자팀장을 할 때부터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난 대기업 소속이었지만 신사업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대기업 안의 스타트업이라 여겼고, 그래서 묘한 나만의 동질감이 있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과 에너지가 너무 좋아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안타까운 건, 아무리 좋은 의도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솔루션을 만들어도
시장에 알려져 고객의 삶을 바꾸는 성공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 곳들이 특히 그렇다.
혁신이라고 믿었는데 말이다.

혁신은 결과다. 
오래된 가죽을 벗긴다고 혁신이 되지 않는다.
거기서 새 살이 돋아나야 비로소 혁신이 된다. 


새 살이 돋아나게 하려면 세 번의 혁신이 필요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만들어 낼 때 한 번.
그런 솔루션이 존재한다는 걸 세상에 알리는 데 한 번.
그 솔루션을 고객들이 실제 경험하게 하는 데 한 번.
그 세 번의 혁신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혁신은 솔루션을 만드는 영역이다.
이 단계는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고객에게 문제를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당신의 문제에 직관적으로 공감하는가?
당신이 풀어낼 문제의 크기가 당신이 만들어낼 가치의 크기이다.
문제가 정해졌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존 방식을 바꾸고 당연시하던 가정을 뒤집어 봐야 한다.
그럴듯하다면 그 아이디어는 세상 어딘가에 이미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아이디어가 오히려 보석일 수 있다.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이를 구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첫 번째 혁신의 필요조건이고 매우 지난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가용한 리소스를 여기에 투입한다.  
 
두 번째 혁신은 마케팅으로 알리는 영역이다.
첫 번째 혁신에 공을 많이 들인 회사일 수록 간과하기 쉽다.
솔루션이 차별적이고 독보적일수록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알아줄 거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솔루션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일전에 케이블 TV에서 건강식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사장님이 나와 이렇게 말했다. 
"남자에게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 광고 카피는 재치가 아니라 절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간절함이다. 
1984년 스티브잡스가 영끌하여 만든 Apple의 매킨토시 슈퍼볼 광고를 생각해 보라. 모티브는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 착안했다. 당시 컴퓨팅 업계의 대세 IBM과 맞서는 여전사의 이미지를 Apple에 투영시켜서 단숨에 급수를 올렸다. 동시에 매킨토시라는 Apple의 첫 번째 혁신을 미국 전역에 한방에 알릴 수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번째 혁신이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터넷 결제. 하지만 최초로 이런 서비스 만들었다면 이걸 대중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PayPal의 창업자 피터틸은 1997년 도이치뱅크와 노키아벤처파트너스라는 쟁쟁한 투자자들을 실리콘밸리에 불러 모았다. 수많은 보도진 앞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며, 그 자리에서 팜파일럿을 이용 해 투자금을 실시간으로 송금받는 퍼포먼스를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돈이 이동하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보도진들은 너도 나도 이 기술을 퍼 날랐다. Wired를 포함한 대세 잡지들에서도 대서특필 되었다. PayPal의 의도된 송금 연출 하나로 PayPal 서비스가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세 번째 혁신은 마케팅과 영업으로 고객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영역이다.
두 번째 혁신에 공을 들여서 당신의 솔루션을 세상에 알렸다 치자.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한번 써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사람은 의외로 부지런하지 않다. 알게 되었다고 모든 것을 써보려 하지 않는다.
금세 잊힌다. 그렇게 세상은 무심히 흘러간다.
두 번째 혁신은 유효기간이 있다. 그전에 어떻게든 직접 경험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월정액 서비스들이 첫 달은 괜히 공짜로 해주는 게 아니다.
자동차회사가 시승행사를 하거나 마트에서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한 번이라도 직접 써 봐야 뭐가 좋은지 나쁜지 알 것 아닌가.
인터넷 초창기 미국에서는 AOL(America OnLine)이라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지금은 대부분 인터넷라인이 깔려 있지만, 당시에는 전화선을 모뎀으로 연결하여 AOL 같은 서비스에 접속해야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이 문제였다. 인터넷 접속을 하려면 AOL을 깔아야 하는데 설치파일을 다운로드하려니 인터넷 접속이 필요했다. 물고 물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때 AOL은 설치파일을 디스크에 넣어 공짜로 뿌리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관련된 잡지 마지막장에는 늘 AOL설치 디스크가 붙어 있었다. 당시 컴퓨터를 전공했던 내 서랍 속에는 AOL 설치 디스크만 수십 개가 있을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낭비로 보였지만 당시 AOL로서는 생존을 위한 배팅이었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과감한 배팅을 통해 AOL은 한 시대의 인터넷 서비스를 평정했다.
앞서 말한 PayPal은 초기 신규가입자에게 $10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친구를 추천하면 추가로 $10을 지급했다. 지금은 흔한 Cash back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었다. 과감했다. 돈을 써서 돈 낼 고객을 산다는 조롱도 받았다. 하지만 신규 서비스를 써보게 하는 데는 그만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카카오톡은 처음 나오자마자 단시간에 온 국민에게 퍼지며 국민앱이 되었다. 폰에 있는 주소록을 활용해서 자동 친구추가가 되는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번 써보니 편했던 것이다.
직접 써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써보니 알게 된다.
어떻게든 고객을 끌고 와 앉혀야 한다. 
 
혁신의 완성을 위해 각각에 얼마나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까? 
 
이미 브랜드가 있는 대기업이라면, 그래서 이미 열광하는 팬이 있다면 
첫 번째 혁신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가령, Apple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데 주력하면 된다.
두 번째, 세 번째 혁신은 이미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코시스템이 이미 구축이 되어 있어서 스스로 알리고 서로 퍼뜨린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블로거 등 모두가 신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예측하고 분석한다.
그 평가 내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AirPods가 처음 나왔을 때 콩나물 같다고 얼마나 조롱을 당했는가?
하지만 지금은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게 바보 같아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 시장에서 진짜 고객이 평가한다.
그러니 대기업은 제품과 서비스가 충분히 혁신적이기만 하면 된다.
 
아직 스타트업이라면 첫 번째 혁신 이상으로 나머지 혁신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솔루션을 만들 때 들어간 리소스 이상을 투입하여 
세상에 알리고 고객들이 써보게 하는 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때 스타트업답게 참신한,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때로는 Apple이나 AOL처럼 과감할 필요도 있다.
PayPal처럼 엉뚱해도 좋다. 카카오처럼 기발할 필요도 있다. 
운이 좋으면 바이럴이 될 수 있다. 혁신에 체면은 없다.
솔루션을 만드는 데 실패하나, 알리거나 써보게 하는데 실패하나 결과는 같다.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많은 경우,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놓고 그 후에는 마법처럼 모든 게 잘 풀려 나갈 거라 기대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에 마법은 없다.
당신이 끝까지 해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혁신이 빠지면 첫 번째는 ‘혁신’이 아니다.
그저 ‘발명’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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