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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May 03. 2024

Magic of Context

Jailbreak

“The fool tries to convince me with his reasons. The wise man persuades me with my own.”  (Robert T. Oliver)


고객의 마음을 몰고 다니는 게 진짜 고수다.


인도에는 타타라는 대기업이 있다.

자동차를 비롯해서 비행기, 호텔, 건설, 패션, 식음료 등 인도인들의 삶 곳곳에 묻어있는 국민기업이다.

이름은 들어봤겠지만 이 회사가 거의 200년 회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타가 오래전 약 200만 원짜리 세단 Nano를 출시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200만 원으로 과연 차를 만들 수 있을까?

역시 Nano는 200만 원짜리 차 다웠다.

2기통 640CC 엔진에 스테레오도 없고 오토 윈도우, 오토 락도 없고 더운 나라인데 에어컨도 없다.

심지어 와이퍼도 하나밖에 달리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벤츠의 S시리즈의 1/100 가격이라는 것 자체가 혁신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문제의 정답은 없다. 각자 판단할 문제다.



한편,
대부분 MBA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International Trip이란 게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대표기업과 정부 요직의 인물들과 미팅을 하고 간접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MBA를 했던 2011년에는 동남아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그 국가들을 방문한 적이 없었던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가슴 벅찼다.

가서 만나는 사람들, 오가며 나누는 대화, 거리의 경험 등 모든 것을 눈과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나라들에서 거리를 다니며 놀란 게 있다.

거리에 오토바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때까지 살면서 본 오토바이를 며칠 새 다 본 것 같았다.



며칠간 계속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연인과 타고, 가족과 타고, 심지어는 온 일가족이 한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다니기도 했다.

햇빛 쨍쨍한 낮에도 타고, 어두컴컴한 밤에도 타고, 
심지어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온 가족이 하나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갓난아이들까지 뒤에 매달려 다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안쓰럽기도 하고...

심지어는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숙제를 하는 꼬마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안쓰러운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아기까지 온 가족이 하나의 오토바이를 나눠 타고 다니는데
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비와 먼지, 매연, 바람으로 인한 추위 등
온갖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이거다.



앞서 말했던 타타 Nano와
가장 인기가 많다는 혼다 오토바이의 가격이 같다는 거.


비록 에어컨도 없고 와이퍼도 하나밖에 없지만

비를 맞지 않아도 되고, 매연에 노출되거나 맞바람에 떨 필요도 없으며

아이가 떨어질 위험천만한 일도 없다.


싼 게 비지떡?
혁신?

여전히 정답은 없다.


벤츠보다 100배 싸다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혼다와 가격이 비슷하다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그 진짜 가치가 보인다.

Magic of Context.


사람의 마음을 잡으려고 할 때는 어디서 출발하는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판단을 위해 '심리적인 비교군'을 필요로 한다.

비근한 예로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

가격이 그냥 9,900원 쓰여있으면 이게 싼 지 비싼지 잘 모르지만

15,900원에 줄 긋고 Sale 붙인 후 11,900원이라 써 놓으면

바가지 쓰지는 않겠구나 싶은 마음에 조금 더 쉽게 손이 간다.

판매자가 심리적 비교군을 제시해 준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몰고 다닐 때는 Step by Step이 중요하다.

한 번에 점프를 하면 고객은 내 의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서 판단을 보류하거나 선택을 포기하기도 한다.

나는 온 시간을 다해 고민해서 모든 것을 짜내서 넣었지만

고객은 그 짧은 순간에 직관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와 고객 간 고민의 깊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Apple의 iPad를 볼 때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이게 iPhone이 아니라 MacBook 이후에 바로 나왔으면 성공을 했을까?


사람들이 모두 휴대폰과 디카를 2개씩 가지고 다니던 시절.

Apple을 iPhone이라는 혁신 아닌 혁신을 들고 나왔다.

이젠 디카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혁신이 아니지만

기존의 것들을 묶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는 점에서는 혁신이었다.

iPhone으로 한 동안 한 손에 쥐어지는 사이즈를 고집하다가

이것저것 많이 하려다 보니 고객들은 좀 작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때 야금야금 사이즈가 큰 모델을 출시하였다.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는 고객들을 위해 iPad라는 별도 제품군을 만들어 또 하나를 사게 만들었다.

사이즈별로 별도의 용도를 주면서 시간을 두고 고객들을 충분히 학습시킨 것이다.

제품을 멋지게 디자인하고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타이밍'어떤 '속도'어떤 '순서'로 소구 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무의식 중의 심리적 비교군을 만들어 주어
고객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이유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않다. 합리적이지도 않다.

판단기준은 어디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늘 달라질 수 있다.

그들 마음속 의사결정 Path를 따라가 보면 안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접근하여 어떤 순서로 이 걸 봐야 하는지

그 심리적인 비교군을 잘 보이도록 길을 안내해야 고객은 그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다.


절대 가치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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