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분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볼 영상을 찾다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화 '베토벤'(2020)을 보았다. 루이스 반 베토벤(1770~1827)은 독일의 고전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졌던 ‘음악의 악성(樂聖)’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 베토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영화는 베토벤의 유•소년 시절과 청력을 잃은 후 다소 괴팍하지만, 작곡에 몰두하는 후기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불멸의 연인'(1994), '카핑 베토벤'(2006) 보다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법하나 훨씬 사실적이었다. 어디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굽히지 않는 천재 음악가의 아우라가 뇌리에 남았다.
'천재' 하면, 가장 먼저 아인슈타인(1879~1955)과 에디슨(1847~1931)이 떠오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과학의 혁명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에디슨은 발명왕으로서 전구를 비롯하여 평생 1,093개의 특허를 등록했다고 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라는 말도 남겼다.
'천재 탐구서' 10권을 출간한 조성관 작가는 에디슨의 말을 조금 바꾸었다. 덧붙여 천재들의 환경을 강조했다. (인터넷 조선일보 대담 인용 2023. 1. 17)
"천재는 재능 1%, 환경 29%, 노력 70%다. 천재의 사전적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지만. 나는 타고난 재능으로 공동체와 국가, 나아가 인류 사회를 이롭게 만든 사람이라고 본다. 특히 재능으로 인류 사회를 윤택하게 만드는데 이바지했는가, 하는 점을 중시한다.”
그래서일까?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천재이기를 바라며, 자녀들의 영재교육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천재는 가족이 아니라 국가와 인류를 위해 자기를 내주는 큰 그릇으로 투신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소치일지 모른다. 천재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물론 조성관의 말에 의하면, 29%는 부모와 사회의 뒷받침이며, 70%는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천재에게는 책임이 따른다. 하여 큰 책임을 갖고 인류를 위하여 걸음을 뗄 때, 그의 평생은 갈채 속에 성장한다. (혹시 그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생애에 많은 어려움과 좌절을 겪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 천재들을 떠올려보자. K-POP을 넘어, K-드라마와 영화들, K-문학, K-클래식 등 천재 MZ세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연세대학교에서 신학 수업을 하며, USIA 세계 지능 협회와 뉴로 스토리(Neuro Story)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있는 김영훈(35)은 IQ 276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IQ 보유자다. 그는 세계 천재 인명사전과 기가 소사이어티 등에도 IQ 세계 1위로 등재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그가 신학을 공부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추정해 보건대, 자기를 만든 신을 추앙하며, 과학과 수학을 넘어 인문학 본질의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음악계에 샛별로 떠오른 임윤찬(20)은 올해 '쇼팽의 에튀드' 연주 음반으로, 세계적 권위의 영국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로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전문 연주자들의 연주 음반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이번의 수상도 매우 놀라운 성과이다. 너무 이른 성공이요, 빛남이어서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럼에도 임윤찬은 천재로서 이미 세계의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앞으로도 음악으로서 인류에 봉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 깨어있다는 부모들이 대거 자녀들의 영재교육을 위하여, 선진국으로 교육이민을 떠났다. 한 세대 후, 정작 그 부모는 사고와 삶의 양식 등 모든 것이 외국인이 되어버린 자녀들과 소통이 어려워, 완전 외국인인 자녀들을 거기 현지에 두고, 병든 몸을 이끌고 속속 고국으로 귀국했다. 어릴 때 이민 교육을 경험한 자녀일수록 천재이든 아니든 그 괴리가 커서 의사소통이 안 되니, 부모가 외롭고 추워서 말이다.
나는 아이를 양육할 기회가 있다면 방목으로 키우겠다. 아이가 천재라면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다. 부모가 그렇게 자라왔으면서 왜 자녀에게는 천재가 되라고, 그리도 옥죄는지 알 수 없다. 평범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마음껏 놀고, 자기 기량대로 살 수 있는 아이를, 왜 천재의 몫을 달아주어 사지로 내몰겠는가!
이 지구에 천재들만 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우주에 천재들만 있다면 싸움이나 전쟁이 멈출까? 현재, 천재 0.1%, 범재 99.9%의 세상을 만든 신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이 서로 사랑, 서로 평화, 서로 하나의 길이어서가 아닐까?
대한민국 땅에서 나고 자라, 잘 살고 있는 범재들이여! 인생 중, 천재가 아니어서 손해 본 것이 있는가? 천재의 큰 짐을 질 생각이 아니라면 아서라, 멈춰라. 동전에도 양면이 있다. 하물며 사람에게 양면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천재가 있으면, 그들에게 손뼉 쳐 줄 범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천재일 수 없다. 천재일 이유도 없다.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이나 쇼팽의 피아노곡을 아무리 잘 연주한들, 듣는 이들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올 2024년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범재들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지금 여기, 이 자리를 빛내는 범재들이여! 여러분은 천재보다 더한 귀재(貴才)들이다! 천재가 신에게서 왔다면, 범재도 신에게서 왔다! 천재가 신의 사랑이라면, 범재는 더한 신의 사랑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