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몸이 보내는 그림자의 신호

by 김경은

그림자는 마음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억압된 감정과 욕망은 우리 몸을 통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만성피로...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이라고 뭉뚱그리는 이 증상들은 사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그림자가 몸을 통해 말하는 언어다.


미국 드라마 〈더 시너〉의 주인공 코라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그녀는 원인 모를 발작과 기억상실을 겪는다. 손이 떨리고, 갑자기 숨이 막히며, 특정 소리를 들으면 온몸이 경직된다. 의학적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다. 그녀의 몸은 억압된 트라우마를 기억하고 있었다. 의식은 잊었지만,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떨리는 손은 과거의 폭력을, 막힌 숨은 억눌린 공포를, 경직된 근육은 도망치지 못한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의 주인공은 15년간 지하 벙커에 갇혀 있었다. 구조된 후 그녀는 늘 밝고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다르게 반응한다. 갑작스러운 경련, 악몽, 과호흡.

의식은 "나는 괜찮아!"라고 외치지만, 몸은 "아니야, 전혀 괜찮지 않아!"라고 절규한다. 그녀가 진정으로 치유되기 시작한 것은,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이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HBO 〈빅 리틀 라이즈〉의 셀레스트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원인 모를 기억상실과 멍을 경험한다. 처음엔 자신이 덜렁거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그녀의 몸은 남편의 폭력을 기억하고 있었고, 의식이 부정한 진실을 멍과 상처로 증언하고 있었다.

영국 드라마 〈플리백〉의 주인공은 성 중독과 자해 충동에 시달린다. 그녀는 "난 그냥 자유로운 거야"라고 주장하지만, 반복되는 자해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은 억압된 자기혐오와 수치심의 물리적 표현이었다.

드라마 〈보디가드〉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전쟁 영웅 출신 경호원이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이지만, 그는 심각한 불면증과 공황발작에 시달린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온몸이 경직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PTSD라는 진단명 뒤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가? 그의 몸은 전쟁터에서 억눌렀던 공포와 죄책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군인은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적 공포가 신체 증상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홈랜드〉의 캐리 매티슨은 CIA 요원이다. 그녀는 조울증을 앓는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정신질환으로만 볼 수 있을까? 그녀의 조증은 "완벽한 요원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만든 증상이고, 울증은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몸의 항복이다.


우리 몸의 각 부위가 표현하는 언어:

목과 어깨: 〈핸드메이즈 테일〉의 준은 길리어드에서 늘 고개를 숙이고 산다. 그녀의 만성 목 통증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의 축적이다.

가슴: 〈디스 이즈 어스〉의 케빈은 아버지의 죽음 후 가슴 통증을 겪는다. 표현하지 못한 슬픔이 심장을 짓누른다.

위장: 〈왕관〉의 다이애나는 왕실 생활 중 심각한 폭식증을 앓았다. 소화할 수 없는 왕실의 규율과 기대가 구토로 표현된다.

피부: 〈빅 뱅 이론〉의 쉘든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드러기가 난다. 그의 피부는 "이 상황이 견딜 수 없이 불편하다"고 외친다.


〈러시안 돌〉의 나디아는 반복해서 죽고 다시 살아난다. 같은 파티, 같은 죽음. 이 초현실적 설정은 사실 트라우마의 신체적 재경험을 은유한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플래시백을 경험하듯, 나디아의 몸은 같은 순간을 반복한다. 그녀가 이 고리를 끊는 것은 억압된 기억과 감정을 마주했을 때다.

〈웨스트월드〉의 호스트들은 기억을 지워도 몸은 기억한다. 돌로레스의 손은 특정 동작을 반복하고, 메이브는 이유 없이 특정 장소에서 불안을 느낀다. 이는 인간의 신체 기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역시 의식은 잊어도, 몸은 모든 상처를 기억한다.

몸의 증상을 읽는 법:

증상이 나타나는 타이밍을 관찰한다. 〈더 굿 와이프〉의 알리시아는 법정에 서기 전마다 손이 떨린다. 이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의 신체화다.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다. 〈오자크〉의 마티는 돈세탁을 할 때마다 눈 떨림이 심해진다. 도덕적 갈등이 신경 증상으로 나타난다.

몸의 은유를 해석한다.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의 폐암은 우연일까? "숨 막히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폐암이 왔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나는 반복되는 신체 증상이 있는가? 그것은 언제 나타나는가? 내 몸이 대신 표현하고 있는 억눌린 감정은 무엇인가?


다음 회 예고관계는 언제 파국으로 치닫는가? 그림자가 관계를 지배할 때, 사랑은 어떻게 파괴로 변하는가? 제12회에서는 〈You〉, 〈유포리아〉, 〈마인더헌트〉를 통해 그림자가 만드는 관계의 파국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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