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관계의 파국 - 그림자가 지배할 때

by 김경은

인간의 관계는 언제 파국으로 치닫는가?

사랑과 우정, 가족애와 같은 관계의 바탕에는 서로를 지탱하는 신뢰와 공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억압한 채 타인에게 투사할 때 관계는 점차 왜곡되고 무너진다. 그림자가 의식을 지배하면, 관계는 더 이상 연결의 장이 아니라 파괴의 전장이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You〉의 조 골드버그는 연인을 향한 사랑을 외치지만, 그 사랑은 곧 소유욕과 통제로 변질된다. 그는 "사랑하니까 지켜야 한다"는 말로 상대를 감시하고, 심지어 살해까지 저지른다.

조의 문제는 단순한 집착이 아니다. 그는 자기 내면의 불안을 인정하지 못한다. 연인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자기 존재가 무가치하다는 불안은 그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 그림자를 직면하는 대신, 연인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억눌렀다. 그 결과 그의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감옥이 된다.


융은 이렇게 말한다."자신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결국 관계를 파괴한다."


〈You〉는 그림자가 지배할 때, 사랑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비극이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의 네이트와 매디의 관계는 혐오와 매혹이 동시에 작동하는 전형적 그림자 관계다. 네이트는 매디의 자유분방함을 싫어하면서도, 그 자유를 갈망한다. 매디 역시 네이트의 폭력적 통제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힘과 카리스마에 끌린다.

이들의 관계는 서로의 그림자가 얽힌 전쟁터다. 네이트가 매디를 미워하는 것은 사실 자신의 억눌린 불안정성과 충동 때문이다. 매디가 네이트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안의 의존 욕망과 권력에 대한 매혹 때문이다.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는, 두 사람이 서로의 그림자를 자극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그림자의 투사와 반투사의 악순환 속에서 붕괴한다.


범죄 심리 수사극 〈마인더헌트〉에서는 수사관들이 연쇄살인범들을 면담하며 그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처음에는 단순히 범죄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사관들은 범죄자의 내면에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된다.

수사관 홀든은 살인범들의 냉정함과 집착에서 자신 안의 불안을 발견한다. 그는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의 불안과 집착은 범죄자들의 심리와 닮아 있다. 이때 관계는 단순한 조사관-피조사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그림자가 비치는 거울 관계가 된다.

융의 말처럼:"그림자를 직면하지 못하면, 그것은 우리를 지배하여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파괴적 방식으로 나타난다."

〈마인더헌트〉는 그림자가 관계 속에서 어떻게 파국을 불러오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세 드라마를 종합해 보면, 그림자가 관계를 파괴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 통제의 파국이다. 사랑이 소유욕으로 변하면서 관계를 감옥으로 만든다. 〈You〉가 보여준다.

둘째, 집착의 파국이다. 혐오와 매혹이 교차하며 관계가 파괴적 공존으로 흐른다. 〈유포리아〉가 그 예다.

셋째, 거울의 파국이다. 상대 속에서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되면서 공감이 공포로 변한다. 〈마인더헌트〉가 드러낸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그림자를 의식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억압된 감정과 욕망이 무의식에서 돌아와, 관계를 지배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관계를 지키려면, 먼저 자기 그림자를 직면해야 한다. 그림자를 외면하면,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 결과 사랑은 통제로, 우정은 질투로, 협력은 적대감으로 변한다.


나는 사랑을 소유욕으로 착각한 적은 없는가? 나는 싫어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관계에 매달린 적은 없는가? 나는 상대 속에서 내 그림자를 보고 불편했던 순간이 없었는가?

이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관계의 파국을 단순한 불운으로 보지 않고, 자기 그림자가 드러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자가 의식을 지배할 때, 관계는 필연적으로 파국에 이른다. 《You》, 《유포리아》, 《마인더헌트》는 각각 소유욕, 집착, 거울 효과를 통해 그림자의 파괴적 힘을 보여준다. 관계의 파국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외면한 그림자가 지배한 결과다. 그림자를 직면하고 통합할 때만, 관계는 다시 성숙과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다음 회 예고중독과 일탈은 단순한 나약함일까? 〈브레이킹 배〉, 〈퀸스 캠빗〉, 〈오조크〉를 통해 억압된 그림자가 어떻게 중독과 일탈로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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