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욕망한다. 그런데 우리는 특정 욕망만 '고상한 것'으로 포장하고, 나머지는 '천박한 것'으로 숨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부끄럽다.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권력욕은 추하다. 이렇게 선별적으로 억압된 욕망은 그림자가 되어 더 왜곡된 형태로 돌아온다.
영국 SF 드라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급락(Nosedive)'은 인정 욕망이 극단화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모든 인간관계가 별점으로 평가되는 세계. 주인공 레이시는 4.2점에서 4.5점이 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녀는 진짜 감정을 숨긴다. 짜증나도 웃고, 슬퍼도 웃는다. 커피가 쏟아져도 "괜찮아요!"를 연발한다. 왜? 낮은 평점을 받을까 두려워서다. 그녀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점수가 아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이다.
하지만 억압된 진짜 감정은 결국 폭발한다. 친구 결혼식에서 그녀는 모든 가면을 벗어던진다. 욕설과 분노를 쏟아낸다. 평점은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처음으로 자유를 느낀다.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SNS 좋아요에 일희일비하고, 팔로워 숫자에 자존감이 흔들린다. "관심 없어"라고 말하지만, 새벽에 몰래 확인한다. 인정 욕망을 부정할수록, 그것은 더 강박적으로 우리를 지배한다.
미국 드라마 〈매드맨〉의 돈 드레이퍼는 1960년대 최고의 광고인이다. 그는 가진 것처럼 보인다. 돈, 명예, 매력. 하지만 그의 내면은 공허하다. 왜일까?
그는 가난한 시골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철저히 숨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해 살아간다. 성공을 향한 욕망은 인정되지만, 그 욕망의 뿌리인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다"는 진실은 부끄러워한다.
억압된 욕망은 중독으로 돌아온다. 알코올, 여자, 거짓말. 그가 채우려 하는 것은 성적 욕구가 아니다. "진짜 나를 알아도 사랑해줄까?"라는 원초적 인정 욕망이다. 하지만 가면을 쓴 채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샤프 오브젝트〉의 아도라는 '완벽한 어머니'로 보인다. 헌신적으로 아픈 딸을 돌본다. 동정과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그녀가 딸을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정신병이 아니다. 억압된 욕망의 극단적 귀환이다. 그녀가 진짜 원한 것은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하지만 이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는 대신, '헌신적 모성'이라는 가면을 쓴다.
건강한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때, 욕망은 비틀린다. 딸을 아프게 함으로써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든다. 돌봄이라는 이름의 학대.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억압된 욕망이 만든 괴물이다.
우리는 욕망 자체를 두려워한다. 특히 이런 욕망들을:
권력욕: "나는 민주적인 사람이야"라며 부정하지만, 회의에서 내 의견이 무시되면 분노한다.
성적 욕망: "나는 순수해"라고 포장하지만, 은밀한 판타지에 죄책감을 느낀다.
물질욕: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친구의 명품백을 보며 속이 쓰리다.
우월욕: "평등을 믿어"라고 주장하지만, 남들보다 특별하고 싶다.
이 욕망들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적인 것이다. 문제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억압하고 위선적으로 포장하는 데 있다.
넷플릭스 〈3%〉(브라질)는 극단적 계급 사회에서 상위 3%가 되기 위한 생존 게임을 그린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더 나은 삶을 위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이 진행될수록 진짜 욕망이 드러난다.
페르난도의 복수심, 조아나의 권력욕, 하파엘의 정의감 뒤에 숨은 우월감. 그들이 프로세스에 참여한 것은 단순히 빈곤 탈출이 아니다. "선택받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특별하다고 인정받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 때문이다.
드라마는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솔직한가? 당신이 억압한 욕망은 무엇인가? 그것이 언제, 어떻게 폭발할 것인가?
욕망을 억압하면: 그것은 더 강해진다.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중독과 강박이 된다. 관계를 파괴한다. 결국 나를 지배한다
욕망을 인정하면: 그것과 대화할 수 있다. 건강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진실한 관계가 가능하다. 진짜 자유를 얻는다
나는 어떤 욕망을 부끄러워하는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욕망이 어떤 가면을 쓰고 내 삶에 나타나고 있는가?
다음 회 예고이제 그림자와 대화할 시간이다. 싫어하는 사람 목록을 만들고, 내 안의 그림자와 직접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들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