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는 고양이 발소리가 아닌, 40대 여성 루루의 집사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다. 글 쓰는 집사의 노트북 뒤로 고양이가 등장했다. 보아라, 사랑스런 솜뭉치. 뭉뚝하면서도 앙증맞은 고양이의 발은 고양이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
기분이가 좋거나 집사의 애정을 갈구할 때, 발가락을 웅크렸다 폈다 하며 꾸욱꾸욱 꾹꾹이를 해준다. 가슴 한 켠서부터 따스함이 온몸으로 번지면서 고양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곤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그루밍일까. 고양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집사들도 열심히 그루밍하나 보다.
고양이 정밀 관찰을 해보려 한다. 예쁜 것은 같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집사들은 매일매일 심쿵사를 경계하며 조심조심 살고 있다. 이 글을 시작하는 그대들도 가슴 언저리를 잘 잡으시어 꼭 심장을 잘 보전하길 바란다.
( 누워 있는 집사에게 루루가 가까이 다가와 ) 올려다 볼 때의 시각에서.
앙 다문 야무진 입과 분홍분홍 코, 수염이다. 귀엽다. 사실 요 입 안에는 더 귀여운 작은 앞니들이 오밀조밀 꽁꽁 숨겨져 있다. (사진촬영이 불가하여 후일을 도모해 본다.) 쌀알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앞니는 주로 그루밍할 때 빗의 역할이나 물건을 잡거나 고정할 때 쓴다고 하는데, 양치를 시킬 때 목격하는 앞니는 집사가 아니었다면 영영 몰랐을 고양이의 귀여움 같다.
코는 정면에서 보면 길쭉한 하트 모양에 가깝고 아래서 올려다보면 타원형의 단추 비슷하여 두 개의 콧구멍이 참 귀엽다. 가까이 있으면 아기 숨소리같이 작은 숨소리가 들리니 이 작고 귀여운 코가 더욱이 소중하다. 고양이의 코에는 오돌토돌한 비문이 있다. 고양이 개체마다 이 비문이 달라서 사람의 지문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도무지 어떤 역할일지 상상이 잘 가지는 않는다.
고양이의 수염, 역시 마찬가지로 귀엽다. 고양이들은 수염이 코나 입 주면에만 나는 것이 아니라, 눈썹과 광대, 턱, 앞발 뒤에도 수염이 나는데, 집사는 눈썹 위에 난 수염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이 수염은 촉각센서의 역할을 하여 공간지각능력을 향상해 주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호기심이 발동하면 수염들이 앞으로 뻗고, 두려움을 느낄 때 뒤로 젖혀지며, 편안함을 느낄 때 아래로 늘어뜨린다는 정보로, 집사들은 수염을 보며 루루의 기분을 추측하고 있다. 고양이수염을 주우면 부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풍문 덕에 줍줍하여 잘 간직하고 있는데, 이미 루루 자체로 저희 집엔 행운이 찾아온 것으로 믿고 즐겁게 살고 있다는.
집사, 잘 관찰하고 있냥
조막만 한 얼굴에 귀여움들을 구석구석마다 어찌 이렇게 잘 장착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신도 지구별의 집사들만큼이나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셨던 듯하다.
눈, 이 동그란 눈은 달과 별, 우주를 담고 있다. 조도에 따라 달라지는 신기한 눈동자에는 무한한 아름다움이 모두 그 안에 있어 눈을 뗄 수가 없다. 꿈뻑 꿈뻑 눈을 맞추며 천천히 나누는 눈인사는 백 마디의 말로도 전하기 어려운 깊은 신뢰와 애정을 전한다.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동체시력과 야간시력이 좋은 편이지, 의외로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고 적록색약으로 노랑과 파란색을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니 이 점도 참고해 본다.
냥아련, 너의 눈에 담긴 모든 우주를 사랑한다.
다음으로 귀. 초보집사 시절, 루루의 귀를 보고 놀랐다. 귀의 아래 뿌리 부분이 두 겹이면서 갈라져 있어 걱정스러워 찾아보았는데 이 부분을 헨리포켓이라 부른다 한다. 높은 주파수음을 잘 감지하여 사냥에 도움을 준다는 썰도 있고, 귀를 움직일 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썰도 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 박쥐, 족제비에게서도 이 헨리포켓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고, 피부가 접혀 있어 귀 청소를 할 때 한 번씩 더 확인해 주면 좋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꼬리. 수염과 더불어 꼬리는 고양이의 감정을 나타내어 고양이에겐 꼬리 언어가 있다고도 하는데, 일단 루루의 꼬리는 기다랗고 가느다래 귀엽다. 특히 우리 가족은 꼬리 끝 부분 4개의 짙은 줄무늬를 루루가 우리를 가족으로 점지하여 꼬리에 달고 태어났다며, 결국 가족이 될 운명이었음을 어필하곤 한다. 기분이 좋으면 꼿꼿이 꼬리를 세우며 다가오고, 짜증이 날 때는 바닥을 탁탁 치며, 편안할 때는 수염처럼 아래로 편안하게 두는 고양이의 감정을 꼬리로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자세히 보아도 예쁘고, 오래 보아도 예쁜 고양이와 산다. 고양이를 요밀하게 관찰하며 떠올릴 수 있는 말들이 귀여움과 예쁨이 전부라 진부하기도 하지만,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집사에게는 이 마음이 전부인지라 속수무책인것을. 앞으로도 집사의 삶에서 매일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할 것을 기대하며 고양이를 더 사랑하게 된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