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강릉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늘 봐오던 풍경에 새하얀 눈이 살포시 내려앉아 세상이 하얗게 변한 것이 신기한 루루는 창가를 떠나지 않고 눈 내린 풍경 감상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식빵을 굽고 있는 식빵장인. 묘생 처음으로 본 눈에 자꾸만 눈길과 마음이 가는걸 보니 첫눈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루루는 관찰 모드로 집사와 세상을 구경하는 많은 시간을 식빵 굽는 자세로 보낸다. 창가, 캣타워, 쇼파, 테이블, 매트, 장식장, 계단, 자신의 몸이 닿는 집 안의 모든 공간을 베이커리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의 재주 덕에 집사들은 요즘 웃는 일이 많아졌다.
네 다리를 몸 밑으로 접어 웅크리고 앉아 완벽에 가까운 식빵 한 덩이의 자태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집안에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듯도 싶은데... 그 누가 처음으로 고양이의 이 앉은 자세를 식빵을 굽는다 칭했는지, 그도 아마 깊은 애정을 담아 오래도록 고양이를 지켜봐 온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못해 서로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으니, 더 애가 타는 쪽의 집사는 여전히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서적과 초록창 검색에 의지한다. 고양이들이 식빵을 굽는(=식빵 자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도움을 좀 받아보니, 추운 날씨에 팔짱을 끼듯 고양이도 비교적 털이 적은 다리를 몸 안으로 밀어 넣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한다는 설, 만족의 표현으로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는 설, 경계를 반만 해제한 상태로 언제든 뛰어나갈 수 있는 자세라는 설 등 여러 설이 있다.
고영희씨들의 입장에서 속 시원히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고양이에게 물어도 꿈뻑 꿈뻑 눈을 맞추다 이내 지그시 눈을 감아 식빵을 굽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영 맴이 아주 불편한 이유는 아닌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 속내를 다 알 길이 없어 집사는 무심히 집안 온도를 한 번 더 체크한다.
오늘도 여기저기서 식빵을 굽는 루루 덕에 집안은 빵 굽는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가득할 것 같다. 빵실빵실 부풀어 오른, 뜨끈뜨끈한 루루식빵을 한아름 안아 한 입 가득 앙, 갓 구운 식빵을 베어 물고 싶은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