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0주차, 내가 겪은 세계

열 주의 기록

by B 비

나는 지금 임신 10주 차에 접어들었다.


결혼한 지 5년, 가족들과 친척 모두가 오래 기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 역시 주변에서 수많은 임산부들을 보아왔고, 간호사라는 이유로 임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직접 겪어보니, 이 세계는 책으로도, 경험담으로도 결코 다 알 수 없는 낯설고 깊은 세계였다.


입덧 이야기는 늘 들어왔다. 엄마는 무려 다섯 달 동안 힘든 입덧을 견뎠고, 언니는 냉장고 문을 열기조차 버거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고통을 꽤 잘 참는 편이고, 차멀미도 거의 하지 않았으니, “입덧쯤이야” 하고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임신 6주 차, 내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구토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메슥거림,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두통, 코끝을 괴롭히는 예민한 후각, 몰아치는 피로감… 누워있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나는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예민하다는 평가도 싫었다. 누구나 겪는 일이라 여겼고, 그저 꾹 참고 12주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입덧은 12주가 피크이고, 그 뒤로는 가라앉는다”는 말에 매달리듯, 달력을 세며 하루하루를 지워갔다.


시어머니는 입덧을 전혀 겪지 않았다고 했고, 혹시 남편이 나를 꾀병 부리는 사람으로 볼까 싶어 괜찮은 척도 해봤다. 하지만 내 몸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호르몬, 특히 프로게스테론은 내 기분을 손쉽게 뒤흔들었다. 저녁이면 발바닥이 불처럼 뜨거워지고, 마음도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나는 남편에게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야”라며 검색해 보라고 하고, 혹시 내가 더 예민해져도 이해해 달라고 조심스레 부탁했다.


임신이 힘들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일 줄은 몰랐다. 직접 겪고 나서야, 책에서 읽은 문장들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깨닫는다. 역시 삶의 진실은 몸으로 지나가야만 온전히 알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내 안의 작은 생명은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딸기 한 알만큼의 크기, 약 4~5g의 무게.

팔과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이 뚜렷해지고, 작은 심장은 분당 160번도 넘게 힘차게 뛴다. 뇌와 간, 위와 콩팥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아직 미완성인 생식기는 서서히 성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마도 이 시기가 아기의 중요한 장기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에, 내 몸이 본능적으로 더 예민해져 아기를 지켜내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출산까지는 아직 30주가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먼저, 눈앞의 12주까지 잘 버텨내는 것이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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