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턴, 캐나다
캐나다에서 첫 이사 이틀 전 뒷마당에서 마지막 불을 피우고 하루 전에는 마당 샅샅이 금속 탐지기로 훑었다. 금속 탐지기로 동네 공원 터는 게 취미인, 앞집 그녀의 남편은 내 남편을 금속 탐지 모임으로 포섭해 잠재적 극성팬을 양성중이다.
오늘의 수확. 캔 위에 알루미늄 고리 한 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1센트짜리 한 개.
무슨 금속 탐지를 고고학 발굴 모드로 하는 꼼꼼한 나의 남편이 땅 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장비빨에서 밀린 탓일까. 앞집 그녀의 남편은 수북한 동전과 인디언이라고 버젓이 각인해서 채색한 오래된 기념 배지를 자랑하며 즐거워했다. 고수의 수확물에 남편과 나는 경의를 표했다.
승용차로 야금야금 몇 박스 씩 가져다 나르기를 이틀 째, 내일이면 드디어 끝난다. 에드먼턴에서 첫 이사, 그 서막이 올랐다. Uhaul 트럭을 대여하지 않고, 대학생 기숙사 짐 옮기듯 자동차로 이사하는 것은 당연히 육체노동의 향연이다.
냉장고와 오븐은 원래 있던 것이고 소파와 서랍장등은 집주인과 합의 하에 다음 세입자를 위해 두고 가기로 했기에 매트리스, 이층 침대 분해 조립 운반이 관건이다. 6인용 식탁을 남편과 이제 열 살 둘째 딸이 어제 미리 옮겨 놓았는데, 집주인이 될 남편 친구가 청소 요정으로 소환한 아버지께서 도와주고 싶어 하시면서도 힘센 딸아이가 남편 지시를 잘 따르며 무사히 제자리에 내려놓을 때까지, 그저 지켜보며 인내심 있게 기다려 줘서 참 기분이 좋았다는 남편의 말은 살짝 문화 충격이다.
잠시 멍 때리는 와중 남편은 내일부터 집주인님으로 불러 드릴, 기면증 있는 그 친구와 얽히게 된 썰을 풀기 시작했다.
남편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시어머니는 한국으로 영어강사 하러 간다며 남편을 강제 독립 시켰다. 월세를 감당 못하고 제 때 이사 갈 저렴한 집을 못 구한 처량한 19살짜리는 야산에서 텐트 살이하며 여름을 버티다가 룸메이트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 간 첫 번째 집에서, 내일부터 집주인님이 될 그 친구를 만나게 되어 파란만장한 대학생 자취방 동거인들의 별별 사건을 공유하게 된다.
남편이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다니던 대학교 캠퍼스 근처 강물 근처 골짜기에서 노숙하다 우연히 박스째 발견한 265mm 신상 컨버스가 하필 룸메이트로 처음 만난 내일부터 집주인님의 발에 딱 맞아, 우연히 주운 새 신발을 그에게선물하게 된 게 첫 일화라니 앞으로 두고두고 그와 연관된 남편의 과거를 캐봐야겠다.
함께 했던 기억이 유쾌했기에, 아직 나와는 살짝 어색한 그와 내일부터 시작할 하우스 쉐어링 역시 오래 기억하고 싶은 좋은 기억이 되리라 기대한다. 집주인이 지하실에 살고 우리 가족이 일 이층을 다 쓰고 큰 개를 같이 돌보고, 종종 밥도 같이 먹고 보드게임도 하며 한 동안은 냉장고도 공유하게 되기에 일상이 좀 더 재미있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