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20230217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하와이 가는 그녀, 수영복이 필요하다. 그녀의 수영복 사냥에 동행하기로 한다. 길치인 내가 가이드 붙이고 동네 관광에 나섰다. 구도심 상점가 Whyte애비뉴까지 걸어갔다가 거기서 바로 아이들 데리러 가는 게 어떠냐고 문자를 보내자마자...


"빰빠라 빰빰 빰빰!! 빠라라라 빰빰 빰빰!!!"


어디서 귀에 익숙한 박자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걸 보니 문 앞에 그녀가 만반의 사냥 준비를 마치고 서 있다. 얼굴 보기도 전에 노크 소리 만으로도 웃음이 빵 터지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유쾌한 그녀를 앞장 세우고 오늘 나의 운동 할당량을 걷기로 채우겠다고 며칠 전 구입한 발 편한 트래킹슈즈를 신은 채 열심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옆에 갈지자로 걸으며 새 눈에 발자국 남기겠다고 이리저리 딴청 피우는 딸내미 없이 걸으니 속도가 굉장하다. 사람이 이렇게 빨리 걷는 게 가능하구나. 새삼 새롭다.


위너스라는 아웃렛 분위기의 상점으로 제일 먼저 들어가서 매의 눈으로 사냥감 후보들을 훑는다. 엄마 본능 주체 못 하고 또 아들 옷 뒤적거리고 남편 슬리퍼 들었다 놨다 하는 이웃의 넋 나간 정신을 다시 부여잡아 주고 지금 제일 중요한 미션은 40대 중년의 몸매를 커버하고 디자인도 괜찮은 수영복 확보임을 상기시킨다.


몸매 커버가 되면 디자인이 울화가 치미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몸에 들어가지 않는다. 뭐 새삼 당연한 말이지만 그 두 가지 요건의 접점을 최대한 절충하는데.... 실패했다.


옆구리살 삐져나오는 게 영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브라 옆으로 삐져나온 살을 영어로 뭐라 해야 되나 잠시 고민하다가 Side boob은 나도 고민이야 했더니 그게 뭐라고 웃다가 까무러치겠다고 눈물을 흘린다.


위너스에서 완전 루저가 되어 나오는 길, 걷다 보니 수영복만 전문으로 파는 상점이 있다. 이런 데는 참 비쌀 테지만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둘이 들어가면 안 사고 나올 때 뒤통수가 덜 간지럽다. 뭉치면 용감해진다.


이런 이런... 하나 같이 너무나 다 마음에 든다. 이것도 멋지고 저것도 예쁘고 다만 가격이 너무나 사악하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비키니 229달러. 근데 위에 거만 229달러. 밑에 거는 어쩌라고...


눈호강 실컷 하고 내일 중고나라 Value Village에 가보기로 한다. 인생은 눈높이와 현실 사이 타협과 선택의 연속이라며 빈손으로 툴툴 거리며 애들 데리러 가는 길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1달러 커피의 가성비에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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