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 방 쓰레기통에서 샌드위치 반쪽짜리가 4개 나왔다. 지난주 점심 도시락 다 안 먹고 남긴 걸 이렇게 처리했었나 보다. 집안 쓰레기통을 비우던 남편이 먼저 발견했기에 둘째 딸 방에서 분노게이지 최대치를 찍은 포효가 들려왔다. 방안에 음식물을 이런 식으로 두면 어떡하냐고 벌레가 생기거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하다못해 악취가 나거나 하는 가능성은 생각도 안 했냐고 이렇게 4개나 쓰레기통에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나 대신 화를 내주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가서 얼굴 보면 같이 소리 지르겠다 싶어서 조용히 방에서 일단 듣고 있었다.
이번이 확인된 두 번째다. 그동안 얼마나 샌드위치를 버려왔을까. 처음 말라비틀어진 샌드위치 반쪽을 방 안 쓰레기통에서 발견했을 때는 교실에서 떨어뜨려서 '어쩔 수 없이' 버렸다는 변명을 하기에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집에 와서 도시락 꺼내 놓을 때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하고 혹시나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해 남겼을 경우 집에 와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말을 해둔 터라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 상황에 진짜 뚜껑이 열렸다.
머릿속이 뜨거워지며 김이 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로 분노하면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이렇게 먹기 싫어서 버릴 거면 도시락 열심히 싸 준 사람 모르게 잘 처리할 정도로 영약 하지도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인 건지 이건 이거대로 화딱지 난다. 아니면 이건 그냥 뻔뻔하게 대놓고 시위하는 건가...
한국에서 4세 때부터 다닌 어린이집 4년, 초등학교 1,2, 3학년 코로나 기간 학교를 못 간 것 감안하더라도 한국 학교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최소 세 개는 되는 각각 다른 반찬으로 영양소와 어린이 입맛까지 고려해 너무나 잘 짜인 식단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던 아이라 주말 소풍 때나 간간히 먹던 샌드위치를 거의 매일 먹으려니 지겨웠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명의 도시락을 주중 내내 준비해야 되는 엄마의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 하지 않냐고 항변하고 싶다. 뭐든지 잘 먹는 아이라 먹는 것에 있어서는 별 문제없을 거라 생각한 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저질러놓은 행위에 대한 벌은 앞으로 4일 동안 도시락을 스스로 싸는 것으로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본인 도시락 싸고 그 이후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이 먹기 싫으면 앞으로도 스스로 점심을 싸기로 하고 이번 일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아오 생각하니 또 열받는다. 이 눔의 딸내미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