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20230316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앞집 그녀, 내 안부를 먼저 묻고 내 기분을 살피고 연락이 뜸하다 싶으면 같이 뭘 하자고 약속을 잡는다. 손을 내민다. 나를 궁금해한다. 나를 본인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 한다. 10년 전 처음 영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해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동네에서 무척이나 서럽고 우울하고 외로웠다고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눠준다. 11월이 생일인 나와 생일 기념으로 최근 하와이 다녀온 그녀와는 딱 두어 달간 동갑이었다. 이제는 언니가 되어 버린 그녀가 자꾸 나를 먼저 챙긴다.


오늘은 Whyte애비뉴로 걸어서 도서관까지 같이 가보기로 했다. 대출 예약했던 도서가 준비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있던 참이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 지인이 읽기 시작했다기에 갑자기 내용이 궁금해져서 저번에 갔을 때 대출했지만, 고상하고 학구적인 어려운 단어가 굉장히 많아 사전 찾고 메모하느라 시간이 너무 걸려 그만 읽으려고 했던 책의 반납일도 다가오고 있었다.


비싼 커피 마시면서 실내에만 앉아 있는 것보다는 가이드 딸린 관광도 하고 도서관 볼일도 처리하니 효율적이다. 내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나 역시 효율에 미친 한국인 아닌가. 도서관 가고 아이들 데리러 가는 동선 고려해 중간에 들러 볼 가게들까지 염두에 두었으니 이만하면 알차게 잘 놀았다. 잘 노는 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니까 항상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녀는 허기를 잘 견디지 못하고 눈에 띄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간식을 먹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비상사태에 대비해 집에서 나가기 전 견과류와 에너지바 하나를 챙겼다. 도서관에 내가 평소 가는 길 말고 뒷골목길로만 동네 구경 하면서 산책하듯 걸으며 얘기를 하니, 대화 내용은 딱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와 기분 좋은 감정은 남았다.


어른이 되면 새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나누고 관계를 유지하가 쉽지 않다. 친구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지지와 격려를 받는 삶의 질은 많이 향상된다. 탐색하고 짐작하고 판단하고 허락하고 신뢰하고 좋아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탐색, 짐작, 판단까지만 하고 그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타인을 판단하기만 하고 그다음이 없다. 친구 목록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마음이 식기도 하고 상하기도 하기에 마음 편히 사적인 전화 통화를 할 만한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핸드폰에서 사용하지 않는 앱 삭제, 새로운 앱 다운로드, 최적화를 위한 업데이트.

인간관계도 유효기간이 지났으면 삭제, 새로운 관계 다운로드, 최적화를 위한 업데이트.




*그녀가 사는 집 까지 10초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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