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US World of Science, 우리에게 과학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처럼 들리는 에드먼턴에 있는 과학 박물관이다. 둘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 현장학습 도우미로 자원 봉사하게 되어 매직스쿨버스 동화책에 나올 법 한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동행을 한다.
대학졸업 후 첫 교직 임용 1년 차인 의욕 가득, 생기발랄한 풋풋한 젊은 여선생님이 둘째 아이의 담임인데, 저번 공개 수업 때 본인이 졸업한 대학 후드 티셔츠를 입고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아이들에게 도움말을 주고 격려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기도 하고,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고자 시간부자인 내가 나서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 큰 아이 1학년 입학한 해 너무나 흥분되고 들뜬 마음에 아이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까 해서 내 시간을 할애해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밀며 열일한다고 했는데, 다른 학부모가 나에 대해 왜 저리 나대냐 하는 험담을 듣고 충격받은 트라우마가 있어 조신하게 조용하게 눈에 띄지 않고 있을까 하다가 뭐 어때? 배 째! 마이웨이! 이러면서 자원봉사를 간절히 원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제출한 것이다.
이런... 식은땀 주르륵 난감한 순간이다. 나 말고 그 젊고 귀여운 선생님에게. 그 선생님이 예약한 스쿨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는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하는 느긋한 속마음을 감추며 내가 초조한 기색을 비쳐봐야 선생님 마음만 불편해질 터이니, 그저 이 모든 순간 방관자의 지위를 누릴 뿐이다.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보내지 않으며 난감할 그녀를 배려한다.
자원봉사로 도착한 학부모는 나 포함 총 4명. 보는 눈도 많은데 버스는 안 오고 이제 만9세되는 천방지축 아이들은 영하 10도를 대비하는 외투를 다 챙겨 입은 채로 실내에서 땀을 흘리며 불편해한다. 덕분에 나는 캐나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고학년 체육수업을 직관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자유롭게 선생님과 여러 가지 몸을 쓰는 게임을 하고 구르고 뛰고 사방팔방 날아오는 공에 아찔 한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5명의 아이들을 몸으로 막아주며 난 인간 방패야우스갯소리를 하며 어색한 공기를 지워 보려 주접을 떤다. 아이들이 웃으니 좋다. 웃음소리는 에너지로 치환되어 기대감을 충전한다.
마침내 도착한 텔러스 과학 박물관, 입장료가 또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아이고 여기 가족 단위로 오려면 또 돈 십만 원 나갔겠구나 오늘 돈 굳었네 하며 또 속으로 씩 쪼갠다. 내부는 새로 지어진 곳이라 깨끗하고 아이들 흥미를 돋을 수 있게 잘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살 때 집에서 1시간 내 갈 수 있고, 무료로 즐길 수 있던 대구과학관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과학 박물관 자체는 솔직히 좀 시큰둥하다.
시큰둥하다는 말 취소, 역시 뜯어보고 겪어 봐야 한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차이를 만든다. 건물과 시설로만 비교할 게 아니었다. 내부 프로그램이 알차 보이니 입장료 비싸다 툴툴거리던 나를 반성한다. 고급 인력이 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반전에 2시간 넘는 과학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이 정도면 그 돈 주고 올만 하다 싶다. 그냥 시설만 둘러보며 전시물을 구경하러 온다면 입장료가 좀 속 쓰리겠다 싶긴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 설계하고 실험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파트너와 상의하고 하는 모든 시간을 엿볼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이래저래 아이들과 부대끼다가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회심의 김밥을 꺼내놓고 딸아이 맞은편에 앉아 먹고 있자니 주변의 작은 소근 거림이 들린다. 스시, 스시, 스시! 식품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도 제법 되고 하니 음식을 서로 바꿔 먹지 않고 먹어 보라 권하지 않는 게 학교 규칙인지라 김밥 맛 좀 볼래 하고 하나 건네어주지도 못하기에 좀 안타깝다. 얘들아 초밥 아니고 김밥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