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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트레이너 Oct 22. 2023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니야!”

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오리건의 여행(라스칼 글/ 루이 조스 그림)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니야!”



큰아이 아니는 미숙아로 태어났습니다. 2킬로그램이라는 아주 작은 아이로 태어나서 바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옮겨졌지요 그리고 2주 동안 온갖 검사를 통과한 후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약하게 태어난 아이였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 등 모든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아이 기질도 평화로운 아이였기 때문에 크게 혼난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다른 친구와 함께 지내야 하는 기관에 적응하는 것을 특히 힘들어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거부하거나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져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속상해했지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타고난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그냥 아이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아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기관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먼저 친구들에게 말도 걸고, 약속도 잡는 등 확실히 과거와는 달리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돌 음악과 춤에 푹 빠져 있는 아니가 최근에 방송 댄스를 배우는 방과 후 반에 들어가면서 생긴 일입니다.


방송 댄스부 수업 첫날, 수업이 끝나고 아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방송 댄스부가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였지요. 이유를 물으니, 댄스부 친구들이 자신이 새로 들어갔는데도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지 않아서 속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아이가 변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네가 정말 싫다면 그만둬도 좋아.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네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는 배울 수 없게 될 거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니는 그래도 상관없다며,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 뒤 저녁에 아니가 샤워를 마치고 로션을 바르면서 갑자기 “엄마 나 다시 방송 댄스부 할래!”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무척 반가웠지만 태연하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는 제가 그동안 꼭 듣고 싶었던 말을 해 주었습니다.


“엄마,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 그냥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은 것뿐이잖아. 나 그냥 댄스부에서 춤추고 싶어!” 이 말이 얼마나 반갑고 기특했는지 제가 매일 쓰는 감사 일기장에도 적어놓을 정도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라는 말이 제게는 아니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서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에 아니는 거의 매일 집에서 댄스부에서 배웠던 춤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오리건의 여행>의 듀크에게 서커스 쇼를 위해서 붙인 빨간 코는 듀크를 나타내는 상징 역할을 합니다. 듀크는 어느 순간 빨간 코를 붙이고 있는 자기 모습에 더 익숙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커스에서 함께 공연하던 곰, 오리건과 함께 떠났던 여행이 끝났을 때 그 코는 듀크에게서 떨어집니다. 그 코를 듀크가 직접 땠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떨어졌는지는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그 빨간 코는 더 이상 듀크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는 암시를 줍니다. 한때 듀크를 대표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빨간 코가 더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고, 그것을 버려둔 채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지요.


아니가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원하는 춤을 추기 시작했듯이, 듀크 또한 빨간 코 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강요하거나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깨닫고 변한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딸 아니와 듀크에게 큰 힘을 보태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말해주면서요. 아울러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이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인 사람들에게 아니, 듀크의 이야기가 작은 희망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추천 연령대

초등 전학년


☘ 함께 보면 좋은 책

알사탕 (백희나 글/그림)

내가 말할 차례야 (크리스티나 테바르)

빨간 벽 (브리타 테켄트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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