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용감한 아이린(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둘째 주니는 6살 후반에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노는 재미에 푹 빠져서 즐겁게 학원에 다녔지요.
그러다가 올해 초반에 태권도 유단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승급심사 준비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주니는 거의 두 달 이상을 매일 태권도장에 가서 심사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기에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주니는 공격 기술과 방어 기술을 태권도 동작들로 엮은 품새를 1장부터 8장까지 암기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했는데요. 그렇게 한 달간 도장에 잘 다니는 듯 보였던 주니가 갑자기 저에게 "태권도를 그만 다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작을 암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품새가 잘 외워지지 않고 자꾸 잊어버리는 것을 속상해했지요. 그래서 저도 고민했습니다. 태권도를 그만두는 것이야 본인의 자유지만, 지금 그만두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아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쉽게 포기하는 습관을 지니게 될까 봐 우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그날은 도장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며칠을 달랬지요. 그 과정에서 용기를 주는 그림책도 읽어주고, 잠재의식이나 동기부여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수시로 틀어놓고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다행히 주니는 며칠 뒤에 다시 생각을 바꿨고, 태권도 품띠를 꼭 따고 싶다며 열심히 심사 준비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국기원 승급심사를 통과해 품띠를 따냈습니다.
주니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낸 덕분에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자랑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 것이었어요.
지금 소개할 그림책 <용감한 아이린>도 용기 있는 행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미국 작가인 윌리엄 스타이그가 쓴 책인데요. 유명잡지의 만화를 그리다가 60살이 넘어서야 어린이책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작가 또한 큰 용기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아이린의 엄마는 양재사입니다. 엄마는 공작부인이 주문한 드레스를 만들었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배달할 기운이 없었지요. 그래서 엄마 대신 아이린이 드레스를 포장해서 배달을 가기로 합니다.
배달을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도 심해서 걷는 것조차 힘들었지요. 중간에 바람이 불어서 드레스가 날아가 버리기도 했지만, 아이린은 공작부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린은 공작부인의 집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부인은 아이린이 직접 배달해 준 드레스를 입고 멋진 파티를 했지요. 다음 날 아이린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공작부인의 선물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아이린은 드레스를 배달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힘겹게 눈보라를 뚫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지요.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아이린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약속을 지켜냅니다.
<용감한 아이린>은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포기하려는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둘째 주니도 태권도 승급심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태권도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주니와 아이린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뤄냈던 경험을 통해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긍정의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더욱 믿고 신뢰하게 되겠지요.
아이들에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을 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 추천 연령대
초등 1학년~2학년
☘ 함께 보면 좋은 책
축구 선수 윌리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