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축구선수 윌리(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예전 필리핀 패키지여행에서 만났던 한 남자 가이드는 거의 모든 시간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실외에서 햇빛을 피하고자 쓰는 것이야 문제 될 것이 없었지요. 그런데 이 가이드는 밤에 야경 투어를 할 때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여행객들과 어우러져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때 가끔 선글라스를 벗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마치 선글라스와 한 몸인 것처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은 다들 그 이유를 궁금해했습니다. 야경 투어에 선글라스라니…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가이드와 친해진 다음에 선글라스를 계속 쓰고 있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이드는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했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면, 조금도 긴장되지 않아서 더 편하게 관광지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고요.
그에게는 많은 사람을 상대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이 긴장되고 떨렸던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행 가이드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하니 하나의 보호장치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선글라스는 그에게 마치 하나의 필터인 셈이었습니다. 공기청정기의 필터가 나쁜 먼지를 막아주듯이, 그에게 선글라스는 불안하고 긴장된 마음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쓴 <축구선수 윌리>의 주인공 윌리도 이런 필터 하나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윌리는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축구도 잘 못하고, 덩치도 작고, 자신감도 없는 윌리에겐 아무도 공을 패스하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윌리는 우연히 만난 한 친구가 선물해 준 낡은 축구화를 신은 후부터 축구에 자신이 생깁니다. 그 축구화를 신고 축구 경기에 나선 윌리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훨씬 나아진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축구 시합 멤버로도 뽑히게 되지요.
자신감이 생긴 윌리는 날마다 그 축구화를 신고 연습했고, 윌리의 실력은 점점 발전했습니다. 윌리는 축구화가 마법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윌리는 시합 당일, 너무 긴장한 탓에 축구화를 빼먹고 옵니다. 결국 다른 축구화를 신고 시합을 치르게 된 윌리,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훌륭하게 시합을 우승으로 이끕니다.
윌리에게 낡은 축구화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필리핀에서 만났던 그 남자 가이드가 선글라스를 쓰면서 떨지 않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윌리는 낡은 축구화를 신은 후부터 위축된 마음을 이겨내고 축구를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글라스와 축구화는 꼭 보이지 않는 비밀 친구처럼 위기의 순간에 ‘짠’하고 나타나서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도와주었습니다. 비밀 친구는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막아 주는 필터 같은 역할을 했다가, 또 묵묵히 옆에 있어 줌으로써 전보다 더 용기 내 열심히 원하는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지요.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비밀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비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시 생각나는 비밀 친구가 있으신가요?
☘ 추천 연령대
초등 1학년~3학년
☘ 함께 보면 좋은 책
오리건의 여행 (라스칼 글/ 루이 조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