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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트레이너 Oct 22. 2023

“나일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어요”

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치킨마스크(우쓰기 미호 글/그림)


“나일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어요”



저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투자가 망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아버지는 친구분과 함께 부동산 투자를 하셨는데, 얼마 못 가서 투자금도 다 날리고 빚까지 지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넓은 이층 주택에서 살다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지요.


그때의 충격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저는 이사 온 집이 마치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지 숙소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이사 오고 나서 몇 달간 부모님께 언제 다시 우리 집에 돌아가는 것이냐고 물어봤었지요.


그 후부터 저는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생활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도 무거웠고, 친구들에게 집을 공개하는 것이 창피해서 자꾸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졌지요. ‘나는 대체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이렇게 운이 안 좋을까?’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나에게 닥친 상황이 버겁고 힘들어서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성당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힘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종교를 갖기로 하신 것이지요. 부모님을 따라서 성당을 다니던 저는 그곳에서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제가 가진 재능과 소질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저는 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미사해설자로, 또 노래를 부르는 성가대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목소리가 예쁘고 말을 조리 있게 한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습니다.


제가 미사를 진행하거나 성가대에서 독창하면 사람들이 좋아했고 집중했지요. 매사에 주눅 들어 있던 제가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나에 대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만이 가진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치킨 마스크>의 주인공 치킨 마스크도 예전의 저와 비슷한 생각을 있습니다.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열등감에 젖어 있지요. 치킨 마스크는 자꾸만 자신을 다른 친구와 비교하고, 자신이 잘 못하는 것들만 줄줄 읊어서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치킨 마스크는 ‘내가 내가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말도 합니다. 정말 내 자식이라면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자신감이 없는 아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치킨 마스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친구들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면 그 친구들의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치킨 마스크가 올빼미 마스크를 쓰면 친구 올빼미처럼 공부를 잘하게 됐어요. 또 뚝딱뚝딱 만들기를 잘하는 햄스터 마스크를 썼더니 햄스터처럼 근사한 작품을 완성했지요. 장수풍뎅이 마스크를 쓰면 무거운 통나무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었고요. 개구리 마스크를 쓰니 노래하는 게 너무 쉬워졌어요.


마스크를 바꿔 쓸 때마다 다른 친구들의 재능을 경험해 보는 셈이었어요. 그런데 그 어떤 마스크도 진짜 치킨 마스크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치킨 마스크에게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치킨 마스크야,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치킨 마스크가 자주 찾던 나무 동산에서 들려온 소리였습니다. 그동안 치킨 마스크는 혼자 외로울 때면 동산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와 풀, 꽃에 물을 주던 고운 마음씨의 아이였습니다.


동산 친구들은 그런 치킨 마스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었던 소중한 친구들이었고요. 비로소 치킨 마스크는 깨닫습니다. 나는 그냥 나일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또 우리는 모두 재능 한두 가지는 반드시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것들에 등수를 매길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자신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또 내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태도도 중요하고요.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더 집중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추천 연령대

초등 전학년


☘ 함께 보면 좋은 책

나는 나의 주인(채인선 글/ 안은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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