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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트레이너 Oct 22. 2023

“좋은 감정, 싫은 감정 모두 다 내 마음이에요”

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모두 다 싫어 (나오미 다니스 글/신타 아리바스 그림)


“좋은 감정, 싫은 감정 모두 다 내 마음이에요”



10대 시절 저는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행동이 아주 달랐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듣는 약간의 반항기가 있던 반면에, 학교에선 늘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조용하고 조숙한 학생이었지요. 왜 이렇게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저는 제가 어느 한 곳에서 배우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성장기는 참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반항심 있는 나와, 순응하려는 나 사이의 ‘양가감정’이 이해가 잘 안됐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 말과 행동에 공감을 잘 못 해주셨던 부모님께 서운한 감정을 반항으로 표현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는 혼나기 싫어서 조용했던 것이고요. 아무튼 저의 10대 시절은 싫은 것투성이였습니다.


그러다가 30대가 지나서야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을 많이 지지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불편한 감정도 남편 앞에서는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지요. 남편을 만나서 저는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에서 편안한 안정감을 찾게 되었어요.


든든한 내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비혼주의자였던 제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요. 다른 부부들처럼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저는 남편의 지지와 사랑 덕분에 원하는 것을 향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림책 <모두 다 싫어>의 주인공도 예전의 저처럼 ‘싫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아이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모인 생일파티 날에도 불만이 많지요. 아이스크림은 좋지만, 사람들은 싫다고 하고, 바보 같은 모자와, 풍선이 펑 터지는 것도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자신에게 싫은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가 사람들에게 “쳐다보지 마!”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요. 또 “불이 꺼지는 게 싫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내가 겁내는 게 싫어!’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마음 모두 진짜 자신의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 아이에게 이런 마음속 두 가지 감정, 즉 ‘양가감정’은 낯설고 혼란스럽습니다. 아이는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싫어’라는 말을 하면서 표현하는 것이고요. 어쩌면 아이는 자신이 콩떡 같이 말해도 사람들이 찰떡같이 알아 듣기를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의학자들이 말하길 양가감정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양가감정을 느낄 때 불편함도 함께 느끼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이 감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른들이 제대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가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면 아이의 마음은 훨씬 편해질 것입니다.


아울러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잘 들어주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저를 많이 지지해 주는 남편을 만나서 나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마지막 부분에서 연신 ‘싫어’를 외치던 주인공 아이가 편안한 표정으로 친구들의 생일 축하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에서 저는 양가감정으로 불편했던 마음을 이겨내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주니 남매도 어떤 일을 할 때 “하기 싫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하기 싫어”라고 했을 때, 제가 “그래, 싫을 수도 있지!”라고, 인정해 주면, 아이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또 그렇게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면 해야 할 일을 좀 더 수월하게 마치는 경우가 많았고요.


오늘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음 편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이 공감해 주고 지지해 줘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 추천 연령대

초등 1학년~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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