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친절한 행동(재클린 우드슨 글/ E.B. 루이스 그림)
큰아이는 학교 담임선생님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학부모 상담을 하러 갔을 때 따뜻한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평소에 선생님이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말씀하시는지 그 내용을 들으면 더 감동적입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여러분 용기 있는 행동이 뭔지 알아요?”라는 질문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용기 있는 행동이란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에요”라고 대답하셨지요.
이어서 선생님은 “이것보다 더 멋진 행동이 있는데요. 바로 그것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도와주는 것입니다”라고 학생들에게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아이가 전해주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용기’와 ‘배려’를 알려줄 때 이렇게 아이들의 시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노력에 감사했고요.
물론 아이들이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바로 똑같이 행동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이 선생님의 말 몇 마디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할 수는 있습니다. 선생님께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행동을 배우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친절한 행동>의 주인공 클로이도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 한마디가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서, 자신의 지난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뉘우칩니다. "작은 친절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클로이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던 것이지요.
어느 교실에 한 학생이 전학을 옵니다. 이름은 마야이고요, 낡고 해진 옷에,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봄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마야의 모습을 본 반 친구들은 마야에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마야는 클로이와 짝꿍이 되는데요, 클로이도 마야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야는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습니다. 항상 먼저 같이 놀자고 말하는 쪽도 마야였어요. 하지만 누구도 마야와 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짝꿍 클로이도 마야가 말을 걸면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야가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친절'에 대해서 설명하십니다. 선생님은 "작은 친절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자신들이 했던 친절한 행동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클로이는 마야에게 친절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마야가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클로이는 비로소 마야에게 '친절한 행동'을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친절한 행동>은 겉모습이 허름해 보인다는 이유로 한 친구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합니다.
또 그런 행동으로 인해 본인의 마음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알려주지요. 마야에게 친절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클로이 마음에 커다란 짐이 생긴 것처럼 말이에요.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클로이는 마야에게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 또한 쉽게 주어지지 않는데요. 이를 통해서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행동은 해선 안 된다는 귀한 교훈을 줍니다.
클로이가 마야를 떠올리며 자기 행동을 뉘우치게 된 것은 선생님께서 하셨던 "작은 친절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 여러 번 나오는 문장인데요, 저자 재클린 우드슨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인 듯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클로이는 마야에게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클로이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알아차리고 반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 아이들은 왜 마야를 소외시키고 외면했을까요? 사실 마야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왔고, 그곳에서 잘 지내보려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냈던 것뿐이니까요.
단지 옷차림이 허름해 보인다는 이유로 한 친구를 의도적으로 따돌리는 행동은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지나쳐 보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못된 행동을 하게 된 이유에는 일부 어른들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면서 “작은 친절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문장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아이의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더 많은 아이의 변화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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