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앞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태도

by 우물안고래

눈치는 보통
눈치 빠르다, 눈치 없다처럼
사람 사이의 기술로만 이야기된다.


그래서인지
AI 앞에서까지 눈치를 본다는 말은
조금 우습게 들린다.


AI에게는

기분도 없고

체면도 없고

눈치를 줄 이유도 없는데,


AI 강의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여전히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상대를 전제로 말을 고르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같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신중하게 질문을 고른다.
문장을 한 번 지웠다가
조금 더 부드럽게 고쳐 쓴다.

“이렇게 시키면 너무 명령 같지 않을까요?”
“제가 설명을 덜 한 것 같아서요.”

누가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닌데
모니터를 향해

말을 건네는 태도부터

먼저 살핀다.


흥미로운 건
그런 사람들이

AI를 잘 ‘구슬리듯’

일을 시킨다는 점이다.


재촉하지 않고,
한 번에 몰아붙이지 않고,
왜 이게 필요한지부터 풀어놓는다.


화면 너머의 존재를

마치 배려하듯

맥락을 쌓아 올리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AI에게 일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했을지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게 된다.


늘 사람에게 설명하던 사람은
AI에게도 맥락을 건넨다.
사람을 설득해 본 사람은
요구보다 배경을 먼저 꺼낸다.


반대로
사람 앞에서도 대화를 귀찮아 하는 사람은
AI 앞에서도 금방 성급해진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에

날이 서고,

금세 문장이 거칠어진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이렇게 못 알아들어?”

대상이 바뀌어도

말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결과물보다
그 사람이 AI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앞서 눈치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눈치 싸움이 아니라,
사람을 전제로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누군가를 상대로
말을 고르고,
관계를 상상해 온 감각.


AI 앞에서도
그 감각이 먼저 작동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게
그들이 가장 오래 써온 기술인지도 모른다.


이전 09화AI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