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드림 Aug 26. 2024

이걸요? 제가요? 왜요?

나는 처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21살 때였다.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갔다. 그땐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치기 어린 마음에 이 학교에선 내가 꿈꾸는 직업을 선택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첫 직장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대청소를 했다. 전직원이 출근하면 다 함께 청소를 했다. 내 자리만 잘 치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청소 시간이면 대화할 기회가 없던 대리님, 과장님과 말이라도 터볼 수 있었다. 


여러 경로를 거쳐 영화마케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나름 사회에서 단맛 짠맛 정도 먹고 입사한 터라 소위 말하는 ‘대가리’가 굵어진 상태였다. ‘내가 이걸 왜 해?’, ‘나한테 이걸 왜 시켜?’ 나도 그랬다. 다만, 나는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하긴 했다. 


‘이유가 있겠지’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답이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업무 분장이라는 것이 모호하다.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 것도 분명하게 있지만, 상당 부분의 업무가 애매한 경계에 있을 때가 있다. 혹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일들도 많다. 배우가 혹은 매니저가 부탁하는, ‘내 일이 아닌 것만 같은’ 요청들과 소원 수리들을 해줘야하고. 클라이언트가 갑작스레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업무들도 종종 쳐내야 된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하는 순간 상대는 업무에서 그를 차츰차츰 배제시킨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내 일이든 아니든. ‘이유가 있겠지’, ‘이걸 하고 나면 내 경험치가 내 옆 사람보단 훨씬 쌓이겠지’하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 


호구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정중하게 요구하면 된다. 나는 지금 맡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은데, 지금 내게 맡겨진 이 일은 내가 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이로 인해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집중을 못하니 개선을 해달라고 정중히 말해라.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하지마라.  

“이렇게까지 해야되요?” 하지마라. 


적어도 업무를 시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뜻이 있다. 

이 전에도 말했지만, 직원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이 아니라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 그 경험치가 나를 얼마나 성장시켜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성장한 경험치로 내가 얼마나 더 커 나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을 해낸 자신은 알 수 있다. 내 업무 능력이 1%, 2%, 5%, 10% 자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전 21화 모두 알지만 누구나 지키진 않는 사회초년생의 애티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