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드림 Sep 09. 2024

대표님이 망했으면 좋겠어

친한 동생이 가끔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다. 내 지난 발자취들을 돌아보며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리고 대표가 되어보니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나면 시간이 훌쩍 가 있다.


‘언니가 이런 얘기해줘서 참 좋다. 근데 나는 언제 그렇게 크지..?’


그냥 듣기 좋은 말로 해주는 그 얘기가 좋아서인지, 그 아이에게는 이런 저런 내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알려주고는 한다. 물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조언을 요청할 때만.


“대표가 너무 싫어. 망했으면 좋겠어”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입장에서 그 한마디가 처음에는 꽤 충격이었다. ‘내 직원들도 내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려나’ 하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들려준 얘기들은 꽤 그럴만하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덩달아 나도 같이 화를 내주기도 했다. 내가 아끼는 아이가 꽤 힘들어 보이기도 했고, 부당한 대우라는 생각도 들어 공감대 형성이 잘 됐다.


특히 각고의 고통과 노력으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회사 매출이 100억 가까이 나왔는데 정작 이 프로젝트를 통솔해 온 자신에게는 상여금 100만원이 전부였다는 말에는 살짝 이성을 잃을 뻔했다.


‘아… 이런 바닥이었지… 나도 당했던 적 있었지…’


“언니, 최근에는 내가 영업해서 회사에 3-4천 정도 이익이 되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따 내었어. 꽤 잘 팔렸고 성공적이긴 했지. 근데 우리 대표가 그걸 할 때는 너무 좋아해놓고 나중에 인센티브 얘기를 하니까 고작 3-4천 벌었다고 하면서 ‘인센은 무슨 인센?’ 하는거야. 그 뒤로 나는 이 회사에서 나를 통해 들어오는 일을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일을 벌이는 것도 영업을 확장시키는 것도, 대표의 몫이긴 하다.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대표의 몫이다. 그리고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감, 직원들에게 적절한 일의 분배를 해주는 것도 결국 대표의 몫이다. 일 잘하는 친구를 뽑아다가 팀장으로 앉혀놓고 ‘대표가 망했으면 좋겠다’, ‘대표가 잘 되는 꼴이 싫다’ 하는 마음을 갖게 하면 100억을 번다한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을 잘 채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 직원과 함께 커나가며 회사를 키우는 것도 결국 오너의 자질이다.  

이전 23화 흔들렸던 30대, 나는 이렇게 견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