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끌림의 서 01화

끌림의 서 Chapter 1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안녕히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입니다.

by 지영Robin

해가 아직은 낮게 비쳐 드는 혼자 눈뜨는 아침의 적막을 갑작스레 인지하게 되는 순간, 폐부를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외로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해본 채로 그대로 패잔병이 된 듯합니다.

어느 글에서처럼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샤워기의 물줄기에 머리를 들이밀면 삶의 비애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는 그 말이 사무칩니다. 반쯤은 넋이 나가서 명령어가 입력된 기계처럼 출근 준비를 합니다. 켜져 있는 불을 끄고 센서등이 켜지는 현관 앞에 서면

'오늘 하루도 버텨낼 수 있을까?' 묘한 가엾음으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1초라도 늦어질까 조바심 내는 몸과 달리, 마음은 자꾸 주저앉고 싶습니다. 외로움을 인지하고 깨면서부터 집을 나서기 전까지 때때로 견디기 힘든 아침. 다른 누군가가 어찌해 줄 수 없어서 투정 부리기도 어려운 것.

어제 해결하지 못한 것, 그래서 닥쳐올 오늘의 곤란함. 또 예상치 못한 문제에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나"는 사라지고 남들이 바라지만 그건 또 충분치 않아 욕된 인물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감사해야 하는 일상인 것을 알지만 당장 내가 가엾고 외롭습니다. 나이가 죄인 것 마냥 족쇄를 채우고 괜찮은 척 얼굴에 표정을 지우고 끝도 없는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나이였을 적,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불콰한 얼굴에 술냄새와 옅은 담배냄새를 묻히고 양복 안주머니에 초콜릿 혹은 비닐봉지에 녹기 시작하는 투게더 아이스크림, 어느 날은 식은 통닭을 들고 곡조도 맞지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잠든 나를 깨우던 당신.

'아, 당신 참 외로웠던 거구나.'

'찐득한 초콜릿, 녹아내리는 투게더 아이스크림, 식은 통닭은 당신 외로움과 공허함의 크기였구나.'

잠든 자식을 깨워 그것을 먹이며, 시지프스가 바위를 굴러 올린 벌의 보상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었음을 그때 아버지의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퇴근길 아버지를 집 앞 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서 만나자 해서 별 말없이 아버지 한 잔, 나 한 잔, 안주 안 입 그렇게 나눠 먹고 각자 곡조도 안 맞는 노래 흥얼거리며 귀가하고 싶습니다. 어둠이 지고 밤이 주는 침묵 속으로 아버지와 귀가를 하는 저녁이라면 삶의 비애를 느끼며 바위를 밀어 올리러 가야 했던 아침나절의 외로움에 더없는 위로가 되었을 겁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어렴풋이 알게 되는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었으니, 같이 한 잔 할 수 있는 대상의 부재가 이리도 뚜렷할 수 있나 싶어 괜히 혼잣말만 늡니다.

그렇게 하루는 또 반복이 되고 지쳐서 내일은 또 오려나 막막해지기도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내내 복닥인 하루를 보냈으니, 잠만큼은 편안하길 바라면서.

당신은 깊은 잠으로 치유될 겁니다. 가엾은 우리,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하니, 당신!!

"안녕히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외로움도 알아챌 수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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