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를 옥죄는 것
* 선생님들께 알립니다. 컨설팅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 성취 수준 A등급의 비중은 문제가 되지 않고, 문제를 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 교과 담당 선생님께서 정상적 절차(평가)에 의해 해당 영역의 성취 수준에 도달했다면, A등급을 맞은 학생들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100%라고 한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게다가, 수도권 상위 일부 대학에서는 B등급 이하 교과 학생은 응시 자격조차 부여되지 않는다는 예고까지 있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A등급의 기준을 너무 높이 잡을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추후 학생, 학부모들에 의한 민원 발생의 소지 내포??)
- 적어도 타 학교 학생들에 비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또는 기준으로 인해서,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대비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진로 선택 교과를 담당하시는 교과 선생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 )
흔치않은 성적 관련 메시지가 날라왔습니다. 생활기록부 기록에서 유야무야 교사들의 개인적인 노력(?)은 감지하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날려도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위의 내용대로 절대평가 교과에서 A등급을 맞은 학생들의 비율이 100%라고 한들 아이들이 모두 잘해서 그럴 수 있고, 아이들의 노력의 결과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교사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메시지는 타 학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인위적인 개입도 정당화될 수 있음을 넌지시 던져주는 듯합니다. 나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다른 교사들은 아무 반응을 안 보입니다. 이제는 입시결과를 위해서라면 위와 같은 메시지도 당연하게 보내고 받아들이는 무덤덤한 교사들이 되어버리는 듯하여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아이 과학고 갈려는 아이야. 잘 좀 봐줘.’
그러고 보면 내가 초임 시절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 비슷한 경험이 생각납니다. 초임 시절 중학교 성적은 입시에 거의 상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선다형 객관식 문제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시험문제를 오픈 북과 논술형으로 내곤 했습니다. 어느 날 대학교수를 한다는 학부모가 방문하여 논술형 시험에 대한 평가에서 자기 아이의 낮은 점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학부모와 같이 논술 답안지를 살펴보며 그 아이가 잘못한 점, 부족한 점 등을 언급하자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습니다. 이때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 부장 교사가 이미 그 학부모를 잘 알고 있었는지 한마디 하였습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걸 보니 순진한 교사였던 당시 선배 부장교사의 말이 꽤나 의외였던가 봅니다. 지금도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 앞길을 막지 않는 학교, 그리고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아이 앞길 막는 교사'로 몰릴까 봐 특목고 준비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입시와 관련하여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교사들 탓하지 말아 주세요. 경쟁을 전제로 한 입시체제하에서 그렇게 양성되어왔고, 그렇게 길들어져 왔습니다. 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 의식이 있는 교사든 없는 교사든 내 학교의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원하는 대학에 입학시켜야 하는 것이 현 교사들의 당면 과제로 요구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근에도 어느 고등학교 전체 교사 중 무려 80%가 시험지 유출 사건에 연루되었다 하니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학교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억울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서열화되어 버린 경쟁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우리의 학교와 교사는 입시경쟁에서 한 학생이라도 성공시키는 것이 학교와 교육의 승리라고 세뇌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상위권 대학에 아이들이 입학하면 플래카드를 내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수능 1등급을 유지할 정도의 뛰어난, 하지만 자기중심적 행동만 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등 모든 교사들의 학을 떼던 아이가 명문대 의대를 합격하자 할 수 없이(?) 교문에 축하 플래카드를 달았던 현실입니다. 즉, 학교 교육의 유일한 목적이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이 아닌 입시경쟁에서의 성공으로 변질되어 버린 현실에서, 교사는 교육 철학과 교육적 신념을 포기한 채 오직 입시에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12년간의 준비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12년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잘 봐야죠.'
코로나 사태로 수능을 앞둔 고3 아이들 우선 등교라는 등교 일정을 잡으면서 방송에 나온 교육부 고위 관리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리고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던 한 학생이 각오를 묻는 한 방송사의 마이크에 대고 자연스럽게 한 말입니다. 우리 교육을 책임지는 관리자 입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초등부터 고등까지의 우리 교육이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당연히 인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입시라는 틀에 끌려서 교사들은 무능력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아이들은 왜곡된 교육 현실 하에서 지쳐 나가떨어지고, 학교는 입시만을 위한 편법과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등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입시전문 교사.’
고등학교 올라와 연륜이 쌓이면서 나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하려고 하다 보니 겨우 떠오르는 한마디입니다. 우리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입시가 곧 교육’이라는 등식이 머리에 박힌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이라는 이상적인 정의나 인격적 성장을 통한 바람직한 사회구성원 양성이라는 목표는 먼 나라 얘기입니다. 현실적으로 '교육'이란 아이들을 졸업 때까지 잘 관리하여 대학을 보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이미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입시에 맞추는 것이 곧 교육’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고,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오직 대학 진학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교사는 더도 덜도 말고 오직 원활한 진학을 위하여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만을 기대하는 듯합니다.
그러니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입시 관련 정보와 경험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무엇보다도 우선적입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 입시체제하에서는 실제 입시지도 경력이 있는 교사와 없는 교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중요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나도 처음으로 고3을 맡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보다 더 많이, 정확히 알았더라면 내가 맡은 아이들을 더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서울은 고3 담임에 나름 입시지도 경력이 쟁쟁한 교사들이 포진합니다. 지방 학교처럼 초임 발령 나는 교사에게 고3을 맡기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러니 교사들이 기를 쓰고 입시 관련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시전형별, 대학별, 과목별 접근 방식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집니다. 수능 선택만 해도 경우의 수가 800가지 이상이 된다 합니다. 그러니 수업능력보다도 더 복잡하고, 더 우선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고등학교 교사의 최우선 과제이자 능력입니다. 입시전형 및 사례 각 경우별로 하도 다양하면서 복잡하여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또 매년 바뀝니다. 그러니 백과사전 두께의 입시전문 서적을 항상 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 대상 연수들도 수업능력 관련 연수는 거의 없는 실정이고 매번 바뀌는 세세한 입시 관련 연수가 더 많습니다. 별로 신통한 것도 없는데 매년 바뀐 입시제도 관련된 세부 사항들이 수시로 내려옵니다. 무슨 과목들을 선택해야 하며, 몇 년 뒤부터는 무엇을 할 수 없으며, 하다못해 생기부 기록에도 머는 되고, 머는 안되고, 머는 이렇게 기록해야 하고... 심지어는 교사들이 팀을 이루어 직접 대학교까지 방문해서 입시요강을 듣고 오느라 시간과 에너지, 출장비 등이 낭비됩니다. 낭비되는 시간 포함해서 도대체 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처럼 입시 관련 사항들이 이렇게 복잡한 나라가 있을까요? 입시 때문에 교사의 에너지를 이렇게 많이 낭비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실제로 딸아이를 미국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입시 서류 준비를 해봤어도 우리나라처럼 절대 복잡하지 않습니다. 미국 대학 입시에 문외한인 내가 직접 준비할 수 있는 그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그저 딸아이의 내신을 포함한 학교생활 기록에 아주 간단한 교사 추천서, 그리고 아이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정도만 보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