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든라이언 May 26. 2022

일격 (一擊)

무아의 세계로



드디어,

건 하늘을 가르며 비껴 든 칼.


아뿔싸!

번쩍이는 섬광이 눈을 가린다.

노을 머금은 태양이 저렇게 눈부셨었나.


상관없다.

언제는 유리한 적 있었던가.


이글거리는 머리와 타는 듯 한 심장은,

언제나 물가를 찾아 헤매는

사막 늑대의 것과 같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뜨거움을,

와락 움켜쥐고,

애꿎은 하늘만 올려다보며 내 달리기만 했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위험했기에,

흩어져

갈길들을 찾아갔다.


자,

정신 차려.

어차피

기회는 번뿐이다.


장수가 세상을 평온하게 하나,

세상은 장수가 편안한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오히려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니,

낙처(落處)에,

다가왔음을 알겠다.


문득 시원한 바람이 코 끗을 스쳐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전기가 흐르듯 칼자루 움켜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지만

머릿속 안개는 원래 왔던 곳으로 사라진다.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불어 칼이 흔들거리는 것인가,

칼이 흔들려 바람이 부는 것인가..


부엉이 소리,

눈을 떴다.


달빛 아래 비스듬히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흰나비 한 쌍 넘실대며 날아들다 

서로 교차하는..


이 순간이다!


안장을 떠나,

하늘 높이 솟구친다.


칼끝에 닿은 달빛도

더 이상 눈을 가리 우진 않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발꼬락만치만 나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