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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 (一擊)

무아의 세계로

by 골든라이언



드디어,

벌건 하늘을 가르며 비껴 든 칼.


아뿔싸!

번쩍이는 섬광이 눈을 가린다.

노을 머금은 태양이 저렇게 눈부셨었나.


상관없다.

언제는 유리한 적 있었던가.


이글거리는 머리와 타는 듯 한 심장은,

언제나 물가를 찾아 헤매는

사막 늑대의 것과 같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뜨거움을,

와락 움켜쥐고,

애꿎은 하늘만 올려다보며 내 달리기만 했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위험했기에,

흩어져

갈길들을 찾아갔다.


자,

정신 차려.

어차피

기회는 한 번뿐이다.


장수가 세상을 평온하게 하나,

세상은 장수가 편안한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오히려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니,

낙처(落處)에,

다가왔음을 알겠다.


문득 시원한 바람이 코 끗을 스쳐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전기가 흐르듯 칼자루 움켜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지만

머릿속 안개는 원래 왔던 곳으로 사라진다.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불어 칼이 흔들거리는 것인가,

칼이 흔들려 바람이 부는 것인가..


부엉이 소리,

눈을 떴다.


달빛 아래 비스듬히 흩날리는 꽃잎들.


그 사이로,

흰나비 한 쌍 넘실대며 날아들다

서로 교차하는..


이 순간이다!


안장을 떠나,

하늘 높이 솟구친다.


칼끝에 닿은 달빛도

더 이상 눈을 가리 우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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