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세상을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로 불리는 삼계(三界)와 이들을 세분하면 28개의 세계 (二十八天)로 그 구성의차등에 따라 여러 세계들로 이루어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중생(衆生)들은천상의 세계처럼 좋다고 생각하는그 어떤 곳에오랜동안 머무를 수 있다 하더라도 안심입명(安心立命, 생사와 이해를 초월한 편안한 상태)할 수 없고, 계속해서 단절없는 인연과 업연의 흐름에 따라 유전하는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법화경 (法華經)에서는 이 사바세계를 삼계화택 (三界火宅, 세 가지 세계 모두 불타는 집)이라고 비유하며 현재의 자신을 '온전한 나'로 착각하지 말고이로부터 자유로울 방법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부지런히 잘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여러 고난에부딪히다 보면 '삶이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겠지만 어떻게 이를관통하고 극복해서 그야말로 대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러니, 뉴스만 보더라도 험한 세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굳이 이 괴로움의 본질을 찾아들어가는 길은 매우 깊고 어두운 내면을 마주 해야 할 것 만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들어 저절로외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도대체가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불행'한 것들을 제거하면 그 행복이라는 게 저절로 드러날 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라도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한 번씩 "아, 이것 때문에 내가 괴로운 건가? "하고스치듯 생각해볼간단한 3단계 법칙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은, 무엇이 '괴로움(苦)'인지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 이를 벗어나든 말든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괴로움'은 '몸이나 또는 마음이 아픔'으로 묘사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괴로운 상태'를 가리킬 뿐이고 무엇이 어떻게 괴로움을 가지고 오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닙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괴로움'의속성과 생성단계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정의하여 이를 삼법인(三法印, 세 개의 법칙)이라는 근본 원칙에 두었습니다.(한자식 표현에 의미를 두지 말고 그냥 뜻만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1.제행무상(諸行無常 · Anicca) : '움직이는 모든 것은 고정되거나 머무를 수 없고 생멸변화(生滅變化, 나타났다 사라지고 변화하다)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얼음은 녹아 물이 되고 다시 물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는 것처럼 항상 변화합니다. 앞서 적은 글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한번 만들어지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뼈조차도 일생을 거쳐 끊임없이 흡수되고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죠.
2. 제법무아(諸法無我 · Anatta): 주인공이 따로 없다. 즉, 조건이나 인연이 되면 이루어지고 그 힘이 다하면 사라지는 이 모든 현상에는 그 '주체'가 없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얼음-물-수증기 와 같이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물분자가 환경의 조건에 따라 그 형태가 변화하는 것이며 '얼음, 물 혹은 수증기'가운데 어떤 상태가 원래 주인공(我) 혹은 근본이다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3.일체개고(一切皆苦 · Dukkha):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루고 있는 그 어떠한 것도 '주체'도 없으면서 '항상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대로 머무르기를 바라거나 혹은 영원히 소유하려고 하면자연의 이치와 어긋나기만 하니 바로 '괴로움'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이가 며칠을 걸쳐 고생해서 예쁜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눈사람이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원하는 마음을 내고 밤낮없이 기도를 열심히 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이 비추기 시작하면 눈사람은 이내 녹아 없어지기 시작할 것이고 녹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의 괴로움은 시작되는데 그 집착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즉,
1. 내게 소중하고 갖고 싶고머무르고 쟁취하고 싶은 마음은
2. 그 대상이 인과의 법칙에 따라 혹은 인연이 다해 사라질 때
3. 반드시 '괴로움'으로 바뀐다.
의 3단계로 이어지는 법칙인 것입니다.
(신체적 고통에서 오는 괴로움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정신과 물질이 완전 별개로 분리된 것이 아니므로 그 경중은 다를 수 있어도 결국 저 기본 3법칙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보통 '집착(執捉)'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건 물건이건 결국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에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집) 그 대상을 향해 고정시키려는 (착) 헛된 노력을 뜻하기에 대표적인 괴로움의 원인으로 보는 것입니다.바다위에 부는 바람에 따라 생멸(生滅)하는 파도들에게 제발 멋진 그대로의 모습으로 멈추어 있어달라고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변 사찰에 들르면 동그라미 테두리 가운데 점 3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있는 표식을 종종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삼법인(三法印)의 심볼입니다. 마지막 인(印)의 글자는 위의 3가지 대원칙이 아닌 그 어떤 주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도장'의 의미입니다.(가까운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한번 찾아보세요~)그만큼 불가에서도 중요한 법칙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누군가가 변할 수밖에 없는 물건, 상황 혹은 사람에게 '종속'되기를 강요하는 그 어떤 행위는 절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니 절대 현혹되지 말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현재에는 열반적정(涅槃寂靜, 지혜를 통해 모든 집착을 벗어나 마음이 평온한 상태)을 일체개고 대신에 삼법인의 마지막 부분을 바꾸어 괴로움을 해결하는 길을 제시하는 보다 건설적인 표현으로 제시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식욕, 성욕 그리고 수면에 대한 욕구 등을 가지는 욕계(欲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 괴로움의 요소들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일체개고'를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 앞으로 돈도 벌어야 하고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집착 안 하려고 애쓰는 또 다른 집착에 매여있다 생을 마감하느니 난 그대로 살 거야.."
그래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자연스러운 집착과 맞붙어 싸우다 지쳐 포기할 것 같아불가에서는 다른 비밀스러운 해법들 또한 제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선 추후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아무튼, 무겁다면 무겁고 가벼우려면 가벼울 수도 있는 괴로움은 '스스로의 마음으로 3단계 레시피에 따라 만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