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공원과 정원의 나라이다. 공원은 수도 없이 많고 훌륭한 정원도 전국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 놀이공원이나 공원도 가지만 가끔 정원도 방문한다.
자주 가던 곳 중에 WISLEY GARDEN이라는 곳이 있다. 정원도 아름답지만 근처에 THE ANCHOR라는 맛집이 있어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주재원 생활 4년 동안 발견한 몇 개 안 되는 맛집 중에 하나이다.
하루는 날씨가 좋아 여느 때와 같이 WISLEY GARDEN에 들렀다가 THE ANCHOR라는 PUB으로 갔다. 이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야외 테이블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PUB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말을 건다. 와이프와 딸, 그리고 큰 개 한 마리가 이 남자의 가족들이었고 대화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영국남 : “너 일본사람이니?”
한국남 : “아니, 한국사람인데”
영국남 : “너희들 개고기 먹는다며?”
(옆에 앉아있던 이 남자의 와이프가 난감해함)
한국남 : “예전에 그랬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
영국남 : “거의 사라졌다고?”
한국남 : “걱정 마. 오늘 너의 개는 안전할 거야”
나의 마지막 말에 이 남자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람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이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얼마 후 이 남자는 가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고, 미소와 함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자칫 언쟁으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위트가 섞인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아름답게 정리될 수 있었다.
영국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사람을 국가나 피부색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그런 부류는 늘 존재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싸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피하고 당하기만 하면 상처가 된다. 물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상대의 부당한 행동이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위트를 적절히 사용하면 상황을 부드럽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이 부분은 나에게 있어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위트를 잘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